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표준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전면 도입을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오는 12월 1일부터 사업자별 준비 상태에 따라 표준 API를 시범 도입하거나 스크래핑을 혼용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 1월부터 전면 적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정식 시행 1개월여를 앞두고 사업자별 준비 상태가 다른 만큼 정식 서비스 가동에 차등을 둘 수 있도록 하면서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제공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지난 7일 개최한 금융 마이데이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내년 초 목표로 마이데이터 표준 API 전면 적용을 시행하겠다”며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한 시행 일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날 회의 후 마이데이터 유관 기관들은 관련 기업들에 '2022년 1월 1일 표준 API 기반 마이데이터 정식 시행' 일정을 전파했다. 이에 따라 마이데이터 관련 기업들은 개발·서비스 일정 재조정에 나섰다.
금융위는 표준 API 의무적용 유예 일정을 이달 중순께 확정할 방침이다.
날짜를 명확히 정한 후에는 현재 시행령에 명기된 API 의무화 시기(2021년 8월 4일)를 넘겨도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접수해서 의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법적 시행일을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동안 금융·핀테크 업계에서는 표준 API 의무화 시기를 늦춰 달라는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다. 적요 정보 표기를 둘러싼 업권 간 입장 차이, 과도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중복 가입 방지 정책 등 중요한 정책 사안이 가이드라인으로 확정되지 않아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도출된 후에는 이를 API로 개발하고, 기업 시스템에 연동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API 개발부터 실제 서비스에 반영되기까지 1개월여가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8월 4일까지 시스템·서비스가 준비되지 않는 곳이 많아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 일정을 늦추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뿐만 아니라 통신 등 의무정보제공사도 시간 부족 문제를 호소해 왔다. 정보제공사와 마이데이터 사업자 간 전송 요구 데이터가 원활히 흐르는지 파악하는 샘플 테스트 기간이 충분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자체적으로라도 샘플 테스트를 수행한 곳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경우 통상 일반 사용자 대상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는 1개월여 테스트 기간을 두는데 가이드라인이 완료되지 않아 서비스 개발을 끝내지 못한 것이다.
금융 당국의 마이데이터 시행 유예 방침에 대해 금융·핀테크 업계는 전반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마이데이터 정책과 사업자 서비스 모두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8월 4일 시행에 맞춰 서비스를 더 빨리 개발해 온 일부 기업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기간이 늘어난 만큼 개발과 시스템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견·중소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 내부에서는 오픈 API 시범 적용 시점을 12월 1일에서 앞당기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준비된 기업이 12월 1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면 업계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거의 처음 시도하는 서비스인 만큼 충분한 사전검증 기간이 절실하다”면서 “더 높은 품질과 안정적인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마이데이터 경험을 제공할 기회가 생겼다”고 반겼다.
한 기업 관계자는 “빠듯하게 시행일에 맞춰 준비했는데 갑자기 연기 발표를 하니 힘이 빠진다”면서 “불만스럽지만 마이데이터 업계 전체를 생각하면 감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업 준비 상태에 따라 업계 간 의견이 다르고 4~5개월 유예는 너무 길다는 의견도 있어 유예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의견을 조율해서 이달 중순께 최종 유예 날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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