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의 성과를 가르는 핵심은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다.
경기혁신센터는 전담 파트너기업인 KT와 협업으로 전국 17개 혁신센터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그룹 임원 가운데 스타트업과 가장 밀접한 분야의 담당 임원을 센터장으로 임명하고 △K캠프 콜라보레이션 △5G밀리미터파 테스트베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전혁신센터 파트너 기업인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넘어 최근 경영계 안팎의 화두가 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최근 들어서는 대전혁신센터에 소셜벤처 지원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ESG경영과 맞물린 행보다.
경기와 대전센터 모두 대기업의 주력 분야와 스타트업의 혁신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KT의 테스트베드는 국내 최초로 스타트업을 위한 실증 인프라다. 5세대 통신(5G)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신기술을 테스트하고 유망 기술·기업에는 투자와 보육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SK텔레콤 역시 통신기술에 기반한 우수 스타트업에 기술지원과 컨설팅, 지역특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수행한다.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털(CVC)과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하는 모델도 나오고 있다. 부산센터 파트너 기업인 롯데는 계열 액셀러레이터 롯데벤처스가 운영하는 엘캠프를 통해 부산센터 기업을 연계 지원한다. 2019년부터 개시한 엘캠프는 현재 9기를 모집하고 있다.
CJ그룹도 서울혁신센터를 통해 CJ프레시웨이, CJ대한통운, CJ ENM 등 계열사와 공동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오벤터스'를 4기째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파트너 기업이 혁신센터를 통한 지원을 이어가는 이유는 대기업 내부에서도 혁신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면서 “지역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접점을 확대하려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 단위로 자율적인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지역뉴딜 등 정부·지자체 주도 사업이 새로 편성되면서 정작 전담 대기업과 연계성이 크지 않은 분야가 추가되는 등 문제도 발생한다.
정부와 지자체 등쌀에 떠밀려 투자를 하거나, 일부 센터에서는 내부 경쟁에서 밀린 임원이 내려 오는 자리가 됐다는 불평도 적잖게 나온다. 센터 관계자는 “대기업도 지역생태계와 밀접하게 결합할 수 있도록 가치사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역 단위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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