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 출신 기업이 지난 5년 동안 1조4000억원에 이르는 투자 유치와 2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연 1000억원 안팎을 오가던 투자 규모가 2019년 이후 5000억원 이상 단위로 급증했다.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거나 대기업·유니콘 기업에 매각되는 등 회수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철 지난 사업으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창조경제센터가 지역 청년창업 거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원 대기업과 지역 특화산업을 연계, 혁신센터 모델을 추가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역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창경센터)에서 육성한 9845개 창업기업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조4032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2016년 991억원에 비해 약 1300% 증가한 규모다. 투자 유치 건수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193건에서 918건으로 약 370%가 급증했다. 누적 투자유치 건수는 2605건에 이른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다. 창경센터 지원 창업기업이 창출한 고용은 총 2만5508명에 이른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를 겪은 지난해에도 창경센터 지원기업은 총 7517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다. 지원기업의 지난해까지 누적 총 매출액도 5조6547억원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창경센터 지원을 거쳐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총 20개 기업이 회수 성과를 거뒀다. 엔비티, 엔젠바이오 등 4개사는 경기창경센터 지원에 힘입어 IPO에 성공했다. SK매직·한화S&C 등 대기업과 센드버드·리디 등 유니콘·예비유니콘 기업에 인수된 스타트업도 다수다.
이번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에 테크노파크(TP)와의 통합 등 폐지 목소리가 불거진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창경센터를 중기부로 이관하고 지역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육과 투자 기능을 병행하는 액셀러레이터 기능을 강화하면서 성과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원 기업의 수와 투자 유치 성과 역시 2018년부터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물론 모든 창경센터에서 대기업·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센터 성과만 봐도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KT가 전담 대기업으로 참여하는 경기창경센터는 누적 투자 유치 성과가 3458억원에 이르는 반면에 전남의 경우 70억원에 불과했다. 단순히 수도권 소재 여부에 따른 차이라고 보기에는 차이가 크다. 현대차가 전담 대기업으로 있는 광주의 투자 유치 규모는 813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향후 창경센터의 기능을 강화, 지역 청년창업 중심 거점으로 삼자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도 지난 5월 발표한 청년창업 활성화 방안에도 창경센터 중심으로 스타트업파크, 팁스타운 등 창업 핵심거점을 연계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대기업의 참여를 유인할 대책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차원의 오픈이노베이션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창경센터를 활용해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창경센터 관계자는 “대기업과 지자체가 창경센터에서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에 출자하고, 후속 연계 투자와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경우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면서 “대기업이 관련 창업 생태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창업기업 9845곳, 1.4조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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