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최초 유머집 '필로겔로스'

시공간 초월 공감 유머

유사 이래 언제나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사라졌으며 또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고래(古來)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 중에 현재까지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문화 콘텐츠는 고대 그리스 이후로 큰 변화가 없다. 인간 심리와 생각 등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구성과 전개, 플롯 구성의 방법'이 담겨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이 여전히 문학가나 극작가에게 필독서로 읽히는 이유다.

사진=도서출판 마름쇠 제공
사진=도서출판 마름쇠 제공

그렇다면 유머는 어떨까. 도서출판 마름쇠가 최근 출간한 '필로겔로스'를 보면 고대 유머와 지금 유머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어로 '웃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필로겔로스'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유행했던 유머를 모은 책이다. 서기 5세기경 활약한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히에로클레스'가 수집해 편집했다고 알려졌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필로겔로스'는 유럽에서는 이미 유명한 책이다. 특히 세계적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의 콩트 '죽은 앵무새'의 '조상이 되는 농담'으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심지어 영국 코미디언 짐 보웬은 이를 바탕으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열기도 했다.

사진=도서출판 마름쇠 제공
사진=도서출판 마름쇠 제공

즉 고대에도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소재와 내용의 농담을 즐겼다는 사실에서 인류의 유머 감각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이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고대 그리스의 헛똑똑이 '스콜라스티코이'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부유하고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롱의 대상이다. 즉 고대에도 조롱과 풍자를 통한 유머가 있었던 셈이다.

이번에 출판된 '필로겔로스'는 265개의 농담들을 그리스어 원문, 영어 번역문과 함께 소개한다. 여기에 더해 해설을 통해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이나 기독교의 신약 성서 속 무대인 지중해 문명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준다.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 시대상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의 맥락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사진=도서출판 마름쇠 제공
사진=도서출판 마름쇠 제공

이와 함께 부록에 문자로 기록된 농담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10개의 농담을 추가로 수록했다.

한편 '필로겔로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간편하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전자책으로 출판됐다. 전자책 장점을 살려 그리스 원문과 영어 번역문도 함께 실었으며 책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음성합성시스템(TTS) 기능을 통해 귀로도 들을 수 있다.

이상원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slle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