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협회, 여당 추진 '언론중재법' 전면 철회 요구 성명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왼쪽)과 오영우 제1차관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왼쪽)과 오영우 제1차관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이의춘)는 16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 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법안소위를 열고 상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7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 보도에 대한 배상 규모를 피해액의 최대 5배로 상향하고 언론에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등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개정안에 포함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정치인을 비롯한 공인에 대해 가해지던 언론의 무분별한 왜곡 보도를 억제하고 일부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개정 법안은 정당한 언론 활동과 나아가 민주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거나 침해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우리의 헌법과 법 체계는 표현의 자유를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구성요소로서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민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국민 주권의 실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외부 효과를 이유로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위축시킬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수십 년 쌓아온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또 “이번 개정안은 보도의 고의 중과실 여부를 입증할 책임을 사실상 원고가 아닌 언론사에 부과함으로써 언론의 권력 감시와 견제 기능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 자명하다”며 “이러한 법률이 언론의 정당한 활동에 대한 무차별적인 소송 제기로 오용될 경우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권력 기관 및 공인에 대한 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낳음으로써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을 크게 후퇴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게 협회 입장이다.

다음은 협회 성명 전문.

1.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권력에 유리한 법이다

언론은 근본적으로 주요 감시 대상인 정치 및 자본 권력과 갈등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 정당, 정치인, 고위 공직자, 기업, 기업인은 충분한 언론 대응 능력과 자력구제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사회적·경제적 권력을 보유하고 있다.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언론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추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근본적으로 법 체계가 다른 데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응하는 법률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하여 20여 개의 주는 권력에 의한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Anti-Slapp)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형사 처벌이 가능한 법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미 형법에 존재하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법률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새로운 법을 추가하는 것은 언론 활동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자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1. 언론 개혁이 아니라 언론 '입막음' 법안이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시민들의 미디어 엑세스권 및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면 자연스럽게 시민들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고,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자유권의 핵심 중 하나인 알 권리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권력을 비판하는 기사를 사전 봉쇄하는 부작용은 매우 큰 데 비해 시민들의 알 권리 보장 문제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더해 정정보도 게재 기준까지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고유 권한인 편집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편집권을 침해하는 것이 문제인 것은 근본적으로 언론의 편집권이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넘어 양심의 자유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헌법 위에 설 수 있는 법률은 존재할 수 없다. 이는 법률이 아니라 자율규제를 통해 이루어질 문제다.

1. 필요한 것은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라 언론의 자정 기능 강화다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보도가 일부 공인에 대한 피해를 낳고 있다는 것이 이번 개정 법안 발의의 주된 인식이지만 언론의 모든 의혹 보도가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원천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교정하기 위한 과도한 법률적 개입이 낳는 폐해가 더 크며 민주 사회에서 필수적인 과정인 언론의 권력 감시와 시민들의 민주적 담론 형성만을 위축시킬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라 언론의 역량 강화를 통해 자정 기능을 회복하고 언론이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형법에 더해 법령을 개정하여 언론을 이중 처벌하는 혐의가 짙은 이번 개정안은 민주 사회의 기본인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옥죈다는 비판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포함하여 오는 16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 될 예정인 언론 개혁 법안들이 오히려 비판적인 언론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법안의 재고와 함께 더욱 정교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특히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과 언론에 입증책임을 지우는 독소조항은 폐기가 마땅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 문제의 해법이 결국 언론의 자정 기능 강화에 있다고 판단하며 자정 노력을 위한 자율기구에 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을 요청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