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여곡절 속에 원래 계획된 시기보다 1년 늦은 지난 7월 23일 개막됐다.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로 관중의 참관이 불가능하게 돼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경기 관람의 측면에서만 보면 진화된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마치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것과 같이 생생한 동영상 중계가 시청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미국 NBA, MLB 등에서도 제공되고 있는 360도 화면을 통해 여서정 선수의 도마 점프 장면을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고, 센서 기술을 활용해 김제덕 선수와 안산 선수의 화살 속도를 확인하고, 수영경기장에서는 황선우 선수가 세계 기록과 얼마의 차이로 경주하고 있는지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통해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오큘러스 퀘스트나 퀘스트2 VR 헤드셋을 가지고 있다면 'NBC Olympic VR by Xfinity app'을 통해 농구, 배구, 육상, 권투, 체조 등 경기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올림픽 중계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의 효과는 이미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알려진 바 있는데 인공지능, 센서,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클라우드 서비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관중의 함성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마치 경기장에서 보는 것처럼 경기를 관람하고 실시간으로 경기 관련 정보도 확인할 수 있어서 선수들의 5년간의 땀과 노력이 어떻게 경기장에서 나타나는 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현장감 있는 스포츠 중계와 함께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스포츠 팀 운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머니볼(Moneyball)'을 통해 소개된 야구에서의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은 모든 스포츠로 확대됐고, 특히 센서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실시간 정보의 제공과 분석은 스포츠에서 데이터 기반 훈련과 코칭의 중요성을 제고했다. 센서 기술을 통해 공의 속도, 회전 수, 이동거리와 선수의 동작 분석 및 심장 박동 수를 비롯한 신체적 변화를 모니터해서 선수들의 훈련계획 수립 및 경기 전략 수립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인텔과 알리바바가 선수들의 운동복에 장착된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1초당 2000개의 데이터 정보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분석해 선수들의 3차원 동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감독의 감에 의존한 선수의 선발과 훈련으로는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고,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과학적 훈련과 경기 전략 수립이 있어야 메달을 딸 수 있게 되었다.
스포츠장비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과 첨단소재 기술을 활용해 장비 성능의 혁신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첨단소재를 통한 장비의 성능 향상은 테니스와 골프 동호인들도 경험하고 있는데, 도쿄올림픽에선 3D프린터를 통해 만들어진 인체 공학적 장비들이 활용돼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28개 국가의 올림픽 팀을 후원하고 있는 안타 스포츠는 복싱선수들에게 3D프린터로 제작된 신발을 제공하고 있고, 중국선수들의 체조복도 3D프린터로 제작됐다. 디지털 기술과 첨단소재를 활용한 장비의 성능개선은 공정한 경쟁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발전해서 운동기구에 대한 '테크놀로지컬 도핑(Technological Doping)'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불러 일으키고 있고, 국제 체육 기구인 월드 어슬레틱스(World Athletics)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1시간 59분 40초의 비공식 마라톤 세계기록 수립 때 착용했던 나이키의 베이퍼플라이 초기 버전 런닝화의 도쿄올림픽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디지털 기술과 첨단소재를 활용한 장비의 성능은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올림픽에서 금, 은, 동을 결정하는데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올림픽은 인류의 스포츠 축제를 넘어 디지털 기술, 첨단소재 기술을 이용해 인류의 운동 능력을 제고하는 장이 되었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앞으로 스포츠 경기력 향상에 기술이 미치는 영향도 더욱 더 증대될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