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e커머스 시장이 빅플레이어 중심의 과점 구도로 고착화하는 가운데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의 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네이버, 쿠팡, 신세계 등이 점유율 상위 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11번가, 티몬 등 기존 사업자가 건재하고 카카오·롯데도 e커머스로 공세적 영토확장을 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간 협력이나 인수합병(M&A)이 향후 시장 재편의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미국, 일본, 한국 등 글로벌 e커머스 주요 4개국 모두 상위 3사가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과점 체제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최대 e커머스 시장인 중국은 알리바바, 징둥닷컴, 핀둬둬 등 상위 3사 점유율이 92.4%에 이른다. 미국은 아마존·월마트·이베이가 e커머스 시장의 50.1%를 점유하고 있고, 일본은 라쿠텐·아마존·야후 3개사가 시장점유율 52.7%를 확보했다.
국내 e커머스 시장도 쿠팡 상장과 이베이 매각 등 굵직한 변화에 따라 상위 사업자 중심의 과점 체제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한국은 △네이버 △쿠팡 △이마트(SSG닷컴+이베이) 등 3개 업체가 시장점유율 46%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업체 편중도가 높아진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 영향이 크다. 국내 e커머스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37.8%에서 지난해 43.6%로 높아졌다. 한국은 중국, 미국과 달리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파편화된 시장 구조 속에 강도 높은 경쟁을 지속해 왔지만 작년부터 네이버, 쿠팡, 신세계의 공격적 행보로 판도가 급변했다.
유통산업은 점유율이 높을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e커머스는 오프라인 유통과 달리 신규 사업자 진입에 유리한 플랫폼 사업이라는 특성도 있다.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 투자를 했던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e커머스 상위 3사의 과점 구조가 고착화되고, 이들 업체 외 식품 배달 등 일부 분야에 특화된 업체가 나머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e커머스 시장도 미국, 중국 등과 유사한 대형 사업자 중심의 재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다양한 사업자로 파편화돼 있는 국내 e커머스 시장 특성상 여러 사업자가 시장을 나눠갖는 구도의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무엇보다 다른 국가와 달리 선두 사업자의 시장 장악력이 낮다. 중국과 미국의 경우 선두업체인 알리바바와 아마존이 각각 56%, 40%대의 압도적 점유율을 구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선두 사업자인 네이버도 점유율이 17.4%에 그친다.
거래액 측면에서 후순위 사업자인 11번가(6.9%)와 롯데(4.7%)도 두 자릿수대 점유율 진입 가능성이 열려 있다. 변화 속도가 가파른 만큼 카카오와 티몬 등도 향후 사업 전략에 따라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1번가는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지원을 앞세워 아마존 상품 제휴와 직매입 강화 등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롯데도 롯데온 중심으로 그룹 유통사의 온라인 역량을 결집하며 상위권 진입을 노린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e커머스 시장은 글로벌 대형 사업자가 아니라 토종 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 특징”이라면서 “향후 추가적 인수합병(M&A)과 제휴, 신규 진입 및 철수에 따라 시장 판도가 새롭게 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주요 4개국 상위 3사 점유율 '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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