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사들의 전장부품·배터리 등 자동차 분야 수주잔고가 1년 새 20% 가까이 증가하며 250조원을 넘어섰다. 그룹 차원에서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온 전장부품과 배터리 사업이 확실한 매출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규모를 키워 온 데 이어 앞으로는 수익성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3일 LG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210조원 규모였던 자동차 분야 수주잔고가 올해 상반기 말 250조원으로 확대됐다. 1년 만에 19% 넘게 늘었다.
계열사별로 보면 배터리 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가 180조원으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LG전자 60조원, LG이노텍 10조원이었다. LG디스플레이 등 자동차 분야 수주잔고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 곳을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LG그룹의 자동차 분야 수주잔고는 지난 2019년 초만 해도 130조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상반기 말 210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에는 250조원까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늘어나는 수주잔고가 자동차 부품 사업이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 주는 지표다. 지난 2분기만 해도 배터리와 전장부품을 합해 약 8조원의 매출이 나왔지만 신규 수주가 지속되며 수주 잔고 합계는 오히려 늘었다.
질적 성장도 주목된다. 자동차 관련 사업 시작 이후 꾸준한 투자를 통한 양적 성장 시기를 거쳐 이제는 수익성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사업에서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이 2분기 815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성과를 냈다.
LG전자도 하반기에는 전장사업에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2013년 전장부품 전담 사업본부를 설립한 후 계속 적자였지만 올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내년부터는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전사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LG전자와 글로벌 전장부품기업 마그나인터내셔널이 합작해 출범시킨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통한 수주잔고 증가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 등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집중 및 적극적 사업 확장이 가능해짐에 따라 LG전자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LG전자 모터와 인버터 경쟁력이 강화되고, 고객사 다변화 등 진입장벽이 높은 파워트레인 시장 내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와 전장사업 성과는 LG가 그룹 차원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집중 육성한 결과다. 그룹 차원의 강력한 사업 육성 의지와 과감한 투자,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다.
특히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사업을 재편, 미래 사업 중심으로 집중한 것이 효과를 거뒀다. LG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서 스마트폰 사업을 비롯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배터리, 전장, 로봇 등 미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LG는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지분투자를 하며 빠르게 사업을 키웠다. 대표적인 것이 2018년에 그룹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에 인수한 ZKW다. LG전자는 마그나와 합작해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대규모 투자도 지속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수년간 미국과 유럽 공장 증설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배터리 소재 개발 투자도 확대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기회다.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센서, 모터와 파워트레인, 친환경 부품 등 LG가 주력하는 제품이 시장 트렌드와 일치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와 전장 사업에서 매출이 계속 증가하면서도 수주잔고가 늘어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미래 성장성을 확보한 데다 이제는 수익성까지 개선돼 전장사업이 재평가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