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세계 최대 철강사 지위를 뛰어넘어 '세계 1위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세계 유일 이차전지 소재 전문 기업 포스코케미칼 등을 필두로 초격차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차전지 원료 수급과 소재 납품 및 재활용 등 차별화한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구축으로 100년 기업 도약을 가시화했다.
◇ 포스코케미칼, 투자 확대…2030년 매출 23조원 전망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인 2019년부터 지난 1분기까지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이차전지 소재 투자를 단행했다. 두 차례에 걸친 광양 공장 양극재 신·증설과 음극재 2공장 증설, 인조 흑연 음극재 부지 투자 및 공장 신설 등을 아우른다. 총 투자금액은 1조419억원으로 집계됐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유일 양·음극재를 생산 업체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7월 포항 공장에 전기차 배터리 투입량 기준 6만톤 규모 차세대 양극재 증설에 착수했다. 투자금은 약 6000억원에 이른다. 양극재는 배터리 4대 소재 가운데서도 제조 원가 비중이 가장 높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소재라는 의미다. 이번 증설로 회사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에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케미칼은 기술 개발 투자도 거침없다. 니켈 90% 이상, 코발트 5% 이하 차세대 양극재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등 단결정 양극재,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 코발트 프리 양극재 개발을 병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차세대 양극재 기술 개발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 공략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연 흑연 음극재뿐 아니라 실리콘계 음극재 시장 진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천연 흑연에 실리콘을 넣어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리튬메탈 음극재 사업도 전개할 공산이 크다. 전고체 배터리에 해당 음극재를 적용하는 구상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케미칼이 설비 및 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전기차 순수요는 오는 2030년 4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배터리 소재 수요는 큰 폭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계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합종연횡은 포스코케미칼에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포스코케미칼에 전폭적 투자가 이어진 배경이다. 최정우 회장이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케미칼은 그룹 지원에 힘입어 철강 기업 계열사에서 배터리 소재 전문 첨단 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10년 후 20조원 넘는 매출을 달성, 포스코그룹 캐시카우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지속적 설비 투자로 오는 2025년 국내외 배터리업계에 더욱 많은 양·음극재를 공급할 것”이라면서 “2030년에는 양·음극재 연매출을 23조원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료부터 재활용까지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구축
포스코그룹이 영위하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단순 소재 생산과 판매 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리튬과 니켈, 흑연 등 이차전지 원료를 조달, 양·음극재 생산·판매 등 이차전지 소재 일괄 공급 체제를 갖췄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에 이어 지난 5월 호주 니켈 광업·제련 전문업체 레이븐소프 지분을 차례로 인수했다. 두 곳에서 생산되는 리튬과 니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이차전지 소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포스코그룹은 나아가 고순도 니켈 생산에도 나섰다. 지난 7월 28일 2023년까지 약 2300억원을 투자해 연산 2만톤(니켈 함량 기준) 규모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 정제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만 약 2300억원으로, 전기차 50만대 규모 고순도 니켈을 생산한다. 앞서 레이븐소프 지분을 인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고순도 니켈 정제사업은 니켈 순도 75% 니켈매트를 습식 정제해 순도 99.9% 이상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신설공장을 그룹사 SNNC 설비와 연계 용이하도록 SNNC와 인접한 광양제철소 동호안 부지에 짓는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 우드맥 등에 따르면 고순도 니켈수요는 연평균 23% 성장하고 2025년 이후 공급이 부족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 재활용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차전지 재활용은 폐배터리 스크랩에서 니켈과 코발트, 리튬, 망간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를 추출하는 자원순환 사업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미 이차전지 재활용 사업화를 마쳤다. 지난 5월 중국 화유 코발트와 합작사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 올해 광양 경제자유구역 율촌산업단지에 연산 1만톤 규모 공장을 착공한다. 공장에선 블랙파우더(검은색 분말) 형태로 가공된 폐배터리 스크랩을 재활용, 이차전지 소재를 추출한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인력 채용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 재활용 사업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이다. 앞서 관계사가 운영 중인 광양 페로니켈 공장 추가 투자로 양극재용 황산니켈 확보를 검토,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향후 코발트 추출량을 늘리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차전지 소재는 전략 광물자원이다. 이를 추출하는 이차전지 재활용은 이차전지 소재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국익과 직결된다. 포스코그룹이 이차전지 소재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국익을 고려, 이차전지 재활용 사업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포스코그룹은 안정적인 이차전지 원료 수급을 바탕으로 양·음극재 등 소재 생산·판매, 재활용까지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 관건은 안정적 원료 조달 능력인데, 포스코는 기존 자원개발과 글로벌 사업 경험 및 네트워크로 이를 이뤄냈다”면서 “여기에 배터리 최종 제품에 들어가는 철강 소재까지 공급하는 등 독보적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