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애플카, '배터리·전장 협업' 시동 거나

개발 실무진, 최근 극비리 방한
SK그룹·LG전자 협의 진행 관측
파우치형 배터리·구동 시스템 등
업계 "국산 부품 기술 채용 기대"

애플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인 자율주행·전기차 일명, '애플카'의 개발 실무진이 최근 극비리에 SK그룹 등 복수의 한국 기업을 방문했다.

이르면 2024년으로 알려진 애플카 출시를 앞두고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부품 기업들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초 단계로 해석된다. 애초 배터리 부품 등 주로 중국과의 협업이 유력해 보였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산업계로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과의 협업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업계는 애플이 애플카 개발·생산과 관련해 배터리나 전장 등 국산 부품과 생산 기술을 상당 부분 채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찾은 애플카, '배터리·전장 협업' 시동 거나

8일 자동차 부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애플의 애플카 실무진이 전용기편으로 SK그룹과 복수의 자동차 부품 업체를 찾았다. 방문단은 국내외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해 전용기를 이용한 것으로, C레벨이 아니라 개발 등 사업 실무진으로 구성됐다.

애플카 실무진은 SK그룹 등과 복수의 자동차 부품 업체를 찾았지만 워낙 비밀리에 방문 일정이 진행돼 그룹 내 어떤 계열사를 만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현대차그룹과는 만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 부품업계 한 대표는 “애플의 애플카 실무진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SK를 비롯한 복수의 기업과 만난 뒤 일본 토요타와의 미팅을 위해 이동했다”면서 “이번 방한에는 몇몇 자동차 부품 업체도 포함돼 있지만 협의 내용은 해당 업체만 알고 있을 뿐 모든 것이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방한한 애플카 실무진이 SK그룹 내 SK이노베이션이나 최근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와 합작사를 세운 LG전자(전장사업부) 등과 협의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카 배터리로 중국 업체가 주로 채용하는 리튬인산철(LFP)을 채용하기로 공언한 바 있다. 이에 그동안 국내 배터리업체와의 협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LFP 개발·생산업체는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애플카 배터리 공급업체는 중국의 CATL, 비야디(BYD)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간 정치적 갈등이 산업계로 확산되면서 한국 업체들과의 협업 공산이 커졌다. 실제 중국 업체들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 등 투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애플이 LFP를 쓰더라도 각형 배터리가 아니라 파우치 형태를 채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고의 삼원계(NCM) 기반 파우치 방식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의 배터리 개발 총괄이 LG화학과 삼성SDI에서 개발 및 연구소장을 지낸 A씨라는 점도 국산 파우치 채용 가능성이 엿보인다. A총괄은 국내 리튬이온 파우치 기술의 근간을 만든 인물이다.

지난달 마그나와 손잡고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시킨 LG전자도 애플 실무진과의 미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LG마그나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 인버터 등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구동시스템(모터·인버터·감속기가 모듈화된 형태) 개발·생산력을 보유하고 있다. LG는 LG마그나 이외에도 배터리를 비롯해 다양한 전장부품 공급 여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LG와 특수관계를 맺은 마그나는 애플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애플과의 전기차 협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기업이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초 “마그나는 애플을 위한 차량을 제작할 준비가 돼 있고, 북미 공장 증설 의향이 있다”고 밝히며 애플 측에 협력을 내비쳤다.


박태준 기자 gaius@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