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육 스타트업 4곳이 에듀테크 분야 유니콘을 향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교육 콘퍼런스에 참가해 비즈니스 모델과 성과를 직접 제시한다.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린다.
뤼이드, 에누마, 링글, 클라썸 등 에듀테크 스타트업 4개 사가 오는 9~11일 사흘 동안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에듀테크 콘퍼런스 'ASU+GSV 서밋'에 초청받아 참여한다.
이들은 처음으로 열리는 '코리아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의 교육열, 에듀테크 고도화, 기술적 인프라 우수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직접 소개한다. 글로벌 교육 콘퍼런스에서 한국 단독 세션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시장이 한국 교육 산업 성과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 라운드 테이블에선 글로벌 교육시장조사기관 홀론아이큐가 한국시장 보고서를 처음 공개한다. 그동안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시장을 다뤘지만 한국은 처음이다.
이들 기업은 교과서, 전집 위주로 사업했던 교육출판 1세대 기업, 입시 및 이러닝 서비스를 내걸었던 2세대 기업과 달리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술이 주요 경쟁력이 됐고, 개인별 맞춤형 교육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빗 이 뤼이드 미국법인장은 “한국 교육 시장의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잘 알려져 있다”면서 “코리아 라운드 테이블도 주최사가 큰 관심을 보이며 메인 세션에서 다른 한국기업들과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다.
이 법인장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교육열, 에듀테크 고도화에 최적화된 기술적 인프라가 한국 시장의 장점”이라면서 “새로운 기술을 먼저 경험하려는 얼리어답터가 많고 교육산업이 치열하다보니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기준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뤼이드튜터'(옛 산타토익)을 개발한 뤼이드는 AI교육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5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2로부터 약 20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뤼이드튜터를 한국·일본에 이어 베트남·대만 등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이번 콘퍼런스 후원사로 초대된 뤼이드는 총 4개 세션에 걸쳐 'AIEd' 학술·사업 성과와 기술 기반 교육 산업의 미래를 알릴 계획이다. 또 건강한 생태계 확대를 위한 AIEd 글로벌 얼라이언스(연합)도 출범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이 정부 규제 등으로 불확실해지면서 한국 에듀테크 산업의 우수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유진 에누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 학부모들의 눈높이가 높기 때문에 테스트베드에서 성공하면 세계적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K-팝 성공이 한국문화를 한층 우호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에누마는 유아동과 초등 저학년 대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영어·수학 학습 솔루션 '토도영어' '토도수학'을 제공한다. 에누마는 개발도상국 문맹 퇴치를 위한 세계 최고 소프트웨어(SW) 경연대회인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한 바 있다.
정 COO는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각국이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면서 우수 에듀테크 솔루션을 찾기 위한 기관이나 투자자의 활동이 활발하다”면서 “디지털 힘이 없이 난관을 헤쳐 가기 어렵다는 생각에 해외 정부, 비정부기구(NGO)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에누마는 인도네시아에서 임팩트투자 일환으로 기초학력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유진 클라썸 부대표는 “지난해에는 ASU+GSV 엘리트 200에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돼 서밋에 참가했는데 올해는 패널리스트로 참여,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최 부대표는 “한국은 지난해 1학기부터 전면 온라인 교육을 실시, 교육기관들이 발 빠르게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면서 “비대면 교육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동시에 학습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는 'AI조교' 등 개인별 맞춤형 교육 방안에 관심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클라썸은 201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이채린 대표와 최유진 부대표가 공동 창업한 교육 소통 플랫폼 기업이다. 별도의 구축이 필요 없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세계 23개국 3700개 기관이 사용하고 있다.
링글은 ASU+GSV 서밋 참가를 계기로 미국 현지의 우수 강사 및 비영어권 사용자를 적극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링글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출신들이 시작해 전 세계 비영어권 직장인을 위한 일대일 영상영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6년째 개발되고 있다. 현재 약 1만2000명의 수강생 가운데 20%는 미국에 있다. 매년 3배씩 사용자가 늘고 있다.
이승훈 링글 공동대표는 “튜터·기술·콘텐츠 세 가지로 오프라인보다 뛰어난 온라인 비대면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한국에서 성공하면 아시아로 확장하기도 용이하다”고 밝혔다.
한편 ASU+GSV 서밋은 지난 2010년부터 애리조나주립대와 글로벌 실리콘밸리가 매년 함께 개최해 온 콘퍼런스다. 교육 정책, 산업, 기술개발, 투자자가 함께 모여 글로벌 교육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다. 버락 오바마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이 주요 연사로 참여한 바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교육 위기와 에듀테크 가능성을 함께 논의한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약 5000명의 교육 산업 관계자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