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구축 작업에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 간 갈등이 또다시 불거졌다. 은행이 자체로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독자 진영을 꾸렸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산하기관과 협의해 대환 플랫폼 구축을 위한 민간위원단을 선정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놓고 샅바 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대출 갈아타기가 가져올 가공할 영향력을 선점하기 위해 또다시 양 진영이 맞붙은 형국이다. 수수료 문제로 비판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똑같은 대립 구도를 형성, 눈살이 찌푸려진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금융 소비자가 은행, 보험 등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한눈에 비교해 금리가 낮은 곳으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모든 가계대출을 쉽게 갈아타게 함으로써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금융 당국이 마련한 역점 사업의 하나다.
그러나 이면에는 수백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빼앗거나 빼앗길 수 있는 셈법이 작용한다.
은행들은 정부 추진안이 빅테크와 핀테크 진영에 종속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하소연했다. 반면 빅테크 진영은 공익은 내팽개치고 밥그릇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며 은행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양 진영의 위기감과 주장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들 주장 어디에도 소비자는 없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누가 이용하는가. 바로 소비자다. 두 진영이 협력해서 소비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묘안 마련에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이전투구 싸움만 지속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금융 당국도 눈치만 보고 있다.
죽도 밥도 안 되는 대환대출 서비스가 나올 공산이 크다. 지금이라도 이전투구를 끝내고 혜안을 발휘하길 바란다. 소비자가 없으면 금융사도 빅테크도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음하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계층을 포용할 '대한민국 대환대출 플랫폼'이 나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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