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바이오 신기술·신제품 개발 핵심 거점인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나선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여러 바이오 공정을 자동화해 제조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빠르면 오는 2025년부터 본격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바이오산업 부흥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바이오파운드리를 전초기지 삼아 미래 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에 본격 나섰다.
양 부처는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 및 활용기술개발사업'(가칭)을 공동 추진한다. 사업은 국내에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를 조성해 바이오 연구개발(R&D)과 사업화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로봇·인공지능(AI) 등으로 구성한 자동화 플랫폼으로, 생물학 관련 실험·공정을 수행하는 최첨단 공장이다. 전문인력이 일일이 참여해야 했던 기존의 공정 대비 작업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사람의 간섭이 적어 검체 오염 우려도 낮다. 반도체 파운드리처럼 클린룸을 비롯해 다양한 고가의 대형 장비가 요구된다.
양 부처는 이르면 올 3분기 내 해당 사업에 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국연구재단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사업을 위한 바이오 산·학·연 대상 기술수요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바이오파운드리 기반 합성생물학 발전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우리 바이오 업계가 최적의 생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기술과 장비 개발 등에서 선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은 그동안 개별 바이오파운드리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우리 기업들이 합성생물학을 빠르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연계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 마련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국내 바이오 업체가 사업화 추진 제품을 파운드리에 의뢰하면 이를 시험·분석한 결과를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한다. 바이오화학, 의약, 농업 등 바이오 전 분야를 지원한다. 향후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및 소프트웨어(SW) 국산화도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바이오파운드리 사업이 올해 안에 예타를 통과하면 2025년께 본격 가동될 예정”이라면서 “15년 이상 소요됐던 바이오 상품화 사업을 몇 년 안에 마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는 정부 주도의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반겼다. 그동안 소수의 기업이 자체 연구실에서 운영했던 R&D 인프라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등을 계기로 바이오가 세계 각국의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단순한 '국내 바이오 산업 육성' 관점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