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강호인 터키팀을 제치고 4강 진출 티켓을 따낸 한국 여자 배구팀에 대한 흥분과 열광도 잠시, 해당 경기를 통해 알려진 터키의 재난 상황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터키팀의 간절함에 공감한 대한민국 국민이 터키를 위한 묘목 기부 및 위로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유튜브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이러한 행렬은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BTS의 인도네시아 현지 팬클럽은 BTS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에 대한 영감을 기반으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메시지 아래, 자체예방센터를 마련하여 1만회분 이상의 코로나 백신을 무료로 제공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메달의 색깔, 백신 제공 규모가 아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영감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해야 할 일'을 식별해 규모에 상관없이 '행동'해내는 그들의 움직임에 있다.
한 두 사람의 작은 제안에서 비롯됐지만 하나라는 정서적 공동체로서 인간의 생명과 안전의 가치와 더불어 사회, 환경적 재생의 가치 등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가치 추구에 대한 의미와 방향을 보여준 이러한 움직임들은 사실 굉장히 오래 전부터 실행됐다.
그럼에도 '사회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최신의 개념이기도 하다. 인구 고령화, 기후 변화, 상대적 소득 격차 및 기술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2000년대 이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에 대한 개념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념은 유엔(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라는 이름으로 전 지구적인 연구, 실천 과제 의미와 더불어 사회를 변화시켜가는 활동이자,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이에 영국의 사회혁신 리더인 제프 멀건은 “사회혁신은 사회적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작동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했다. 즉 행위자 관점에서는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 리더를 통한 사회변화, 구조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변화 과정을 체계화, 조직화하여 사회적으로 혁신을 확산시키는 것까지 모두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 추구의 방향에서 인간 중심의 문제해결 방식인 디자인 싱킹을 통해 어떻게 사회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까. 우선 사회혁신과 디자인 싱킹의 속성을 먼저 들여다 보자.
첫째, 총체적 관점에서 사회혁신과 디자인 싱킹은 목적지향적 관점이나 협력에 기반한 활동 방식에 있어 모두 '인간중심'이라는 기본 철학을 가진다. 이는 각각의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설정 및 '실행' 과정에 있어 '사회적' 이라는 인간의 기본 속성을 전제한다.
일반적으로 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개념을 포괄한다. 특수한 제도와 조직, 질서를 유지하는 집단적 특성을 가진 '인간 집단' 또는 '공통체', 구조적으로 하나의 '체계(System)'로 인식하기도 하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행위자의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의 혁신이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적인 목적을 가지는 혁신적인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며, 다양한 형태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과정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의 사회적 목표 및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의 '과정' 및 행위 주체인 인간들간의 '관계'와 '실행', 혁신적 변화의 '결과'까지 모두 사회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혁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최근 급격한 기술혁신, 기후 등 환경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 및 복잡성의 증가 등에 따라 논리보다는 감성, 분석보다는 직관, 성장보다는 가치, 관리보다는 혁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디자인싱킹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인간중심의 관점에서 탁월한 통찰력을 끌어내면서 혁신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문제해결 방식으로 대두됐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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