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플랫폼 기업의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오는 10월 구글 인앱결제 정책 변경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법적 규제를 시도하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박성중, 조승래, 홍정민 등 여야 과방위원 7인이 관련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논의가 이어졌다. 여야가 합의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안 일부에 대해 중복 규제라며 제동을 걸었다. 구글, 애플 등 직접 영향을 받는 기업들도 국회 법사위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미국, 유럽 등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 독점력을 낮추려고 하는 가운데 나왔다. 우리나라가 빅테크 규제에서 앞서가는 한편 선례를 만드는 부담도 있다.
전자신문은 국내외 정책·콘텐츠 전문가와 함께 국내 콘텐츠·인터넷 사업 발전을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플랫폼 기업 인앱결제 정책을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의 빅테크 기업 규제 상황을 공유하고 그 효과를 전망했다.
[참석자] (가나다 순)
△마크 뷰제 앱공정성연대(CAF) 창립임원(매치그룹 수석부사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성인규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회장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사회=안호천 전자신문 ICT융합부 차장
◇사회(안호천 전자신문 차장)=지난해 구글 인앱결제 강제 이슈가 불거진 이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만드는 등 많은 대응책이 나왔다. 법안 당위성을 얘기하려면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의도를 파악하는게 우선으로 보인다.
◇박성호(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구글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다. 10년 전에 한국에 스마트폰 시장이 열렸을 때 애플이 폐쇄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인앱 결제를 강제했다. 게임사들이 대안이 없어서 따라갔지만 불만이 있었다. 30%라는 수수료 비율에 과도하게 높았던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반면에 구글은 게임을 제외한 일반 콘텐츠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자유롭게 결제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개방성을 표방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오늘날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이 약 70%, 애플이 약 2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구글로서는 더이상 소비자 친화적인 또는 앱 개발자 친화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아도 되는 지위에 이른 것이다.
◇마크 뷰제(앱공정성연대 창립임원)=수익성을 제외하고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를 밀어붙이는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이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이것이 소비자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구글은 항상 그래왔지만 소비자와 앱 개발자 간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양쪽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중요하다.
◇사회=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특히 창작자들과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 예상되는 피해는 어떤 것이 있나.
◇서범강(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경제, 심리 부분으로 나눠 이야기하겠다. 경제적인 부분은 다수 연구에 의하면 2조원 규모 피해가 예상이 된다. 2025년에는 5조원이 될 것이다. 일자리에 대한 부분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시장 축소나 산업활동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산업은 물론 창작자, 소비자의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활동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창작자들의 가장 큰 힘은 독자인데 창작 활동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작품 질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성인규(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회장)=웹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는 플랫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구글은 기업이 입을 영향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창작자다.구글은 이들에 대해 아무 이야기가 없다. 창작자는 수수료가 높아지면 소득이 낮아지니 가격을 높여야 한다.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지면 결국 창작자 소득이 낮아진다. 결국 문화 콘텐츠 산업에 악순환이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창작 의욕이 꺾일 것이다. 창작자가 가장 큰 피해자다.
◇사회=불가피한 가격 상승 그리고 소비자 외면, 시장 침체 그런 악순환에 대해서 우려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사업자, 즉 인터넷기업에 대한 피해는 어떻게 예상되는가.
◇박성호=앞서 이야기한 데이터 장악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소비자는 기업으로부터 콘텐츠를 받고 결제한다. 이 결제에는 대다수 소비자 정보가 포함됐다. 빅데이터의 기본 소스가 다 들어가 있는 것이다. 앱마켓 사업자가 이를 수집하면 공정한 경쟁을 넘어서 독과점으로 가는 부당한 상태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종속화라고도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가장 큰 영향이다.
◇사회=데이터 장악은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텐데 예상되는 피해는 무엇이 있나.
◇이대호(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플랫폼 비즈니스는 어쩔 수 없이 양면 시장이다. 공급자와 소비자 양쪽이 다 활성화돼야 하는데 앱 공급자 쪽의 퀄리티(질)가 낮아지거나 창작자들이 빠져나간다면 당연히 시장은 침체된다. 구글은 양쪽 다 피해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는데 앱 공급자 입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수수료를 높이면 앱 공급자는 수익 감소를 피하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높일 수 있다. 비용증가를 소비자에 전가하는 것이다. 만약 앱 공급자 시장 경쟁이 충분하면 그 비용을 다 떠안고 경쟁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가격은 높아진다. 경쟁이 충분하지 않으면 바로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이미 구글과 애플을 비교해 보면 앱 결제 가격 차이가 나지 않나.
◇사회=미국에서도 피해 규모 등 추산되는 것이 있는지, 미국에서 구글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창작자와 앱 개발사의 입장은 어떠한가.
◇마크 뷰제=작은 개발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다.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에 매우 공감한다. 개발자에게는 협상력이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이게 공정한 경쟁인가. 모든 것이 플랫폼 기업 일방으로 통제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구글과 애플은 이런 우려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미 상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공개를 압박하지만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의 혁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독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일각에서는 '앱 결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는 구글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 '구글 결제시스템으로 일원화해야 이용자가 보호받는다' 등 인앱결제 강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박성호=구글은 보안·편리성 때문에 정당하다고 이야기한다. 납득이 안 간다. 현재 시스템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생했나, 객관적으로 증명이 된 주장인가. 일방적 주장이다. 결제 편리성을 봐도 지금 불편할 게 없다. 한국 소비자원 조사를 보면 앱 결제에 있어서 민원 중 80%가 게임이다. 이미 인앱결제를 제공하는 부분에서 이렇게 불만이 많은 것이다. 소비자 불만이나 환불요청은 공급자가 제일 파악하기 쉽다. 구글은 중앙통제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정책 적용이 되니 소비자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사회=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국내에서 인앱결제 이슈의 입법 현황은 어떤가.
◇박성호=관련 법안이 국회 과방위를 통과해 법사위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법사위는 이달 중순쯤 열릴 것이다. 특정결제방식 강제 금지, 다른 앱마켓 미등록 강요·유도 금지, 모바일 콘텐츠 부당한 심사 지연, 부당한 삭제 금지 등인데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구글의 정책 10월 적용 계획은 변함이 없다. 8월에 통과되지 않으면 시기적으로 매우 촉박하다. 9월이 되면 기업들은 인앱결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공정위가 자기 관할이라고 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앱 마켓이라는 특수 분야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적용해야 한다. 중복규제가 아니고 시의적절하게 법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세계에서 유례없는 법안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는데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움직임은 어떤가.
◇마크 뷰제=구글과 애플은 무한한 자원을 갖고 있다. 한국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도입하면 미국과 유럽 등이 이를 보고 법을 도입할 것이다. 최근 미 연방하원 반독점위원장도(인앱결제 강제 금지 등이 포함된) 빅테크 플랫폼 기업 관련 규제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미국 상원에서도 이번 주 추가 법안이 나올 예정이다. 다음 달에도 의회 차원에서 2~3개 법안이 더 나올 것이다.
◇이대호=법안으로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추진되고 있고 최종 통과된 곳은 없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유럽은 정부 차원에서 반독점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유럽은 '구글세'라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한다. 디지털이 우리 생활을 많이 바꾸고 있지만 정해진 규칙은 부족하다. 강한 힘을 방치하면 원시시대처럼 약육강식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법안을 통해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룰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사회=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으로 인해 미국과 통상마찰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대호=실제 통상마찰이라기 보다는 통상마찰을 둘러싼 이슈가 있을 것이다. 앞서 '넷플릭스법'도 통상마찰 이슈가 있었다. 법안이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빅테크 기업에) 경고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마크 뷰제=미국 연방 상하원, 백악관, 통상 전문가들과 만나봤는데 통상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통상마찰 이슈는 구글과 애플의 여론 전략 일부분이다. 자유무역에 독점은 부합하지 않다. 자유무역을 위해서는 기업의 독점 지위를 와해시켜야 한다.
◇박성호=부연하자면 양국 간 통상마찰이 일어나려면 특정 기업에 한해 부당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 이 법안은 앱 시장 전반에 대한 합리적 규제다. 특정한 분야의 통상마찰 문제는 아니다. 실체가 없다. 구글과 애플은 미국에서 반독점으로 피소 당하지 않았나.
◇사회=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이달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회와 정부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성인규=우리 협회는 80%가 웹소설 작가로 이뤄졌다. 지망생을 3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웹툰까지 합치면 50만명에 이르는 작가군이 있다. 구글이나 애플이 절대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수수료를 30%, 15%씩 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왜 국회나 정부는 우리를 지켜주지 않나. 가격이 상승되면 2000만 국민(독자)이 손실을 볼 것이다.
◇서범강=구글은 현재 적용기간을 연장하고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했는데, 핵심은 특정 기업의 독점 지위를 이용한 강제다. 흔들리거나 현혹되면 안 된다. 시장은 자율성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구글은 구글 성장 토대를 제공한 웹콘텐츠 사업자들을 휘두르려 하면 안된다. 국회나 정부는 혹여나 통상마찰이 있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내버려둘 것인가. 디지털 콘텐츠 기업, 창작자는 누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볼 것이다
◇박성호=안타까운 것은 2030세대다. 창작자, 개발자들이 많은 집단인데 최소한 정부나 국회가 고용증진은 못할 망정 이들이 손해를 보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최소한의 의무다. 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친다. 조속히 행동해주길 바란다.
◇이대호=앱 공급자들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구글과 애플이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는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마크 뷰제=한국 창작자들이 나중에 미국과 유럽에서 증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소규모 개발자가 이 문제의 핵심이다. 구글과 애플은 '대형 기업들과의 겨루기'로 포장하려 하는데 아니다. 한국이 정보기술(IT) 산업 리더 역할을 해왔는데 계속 그렇기를 바란다.
◇박성호=앱 생태계는 구글과 애플이 시작했지만 형성과 발전은 모든 이들이 같이 해온 것이다. 구글이 상생하려는 마음으로 되돌아갔으면 한다. 우리의 이런 주장과 움직임이 큰 변화를 가져오길 희망한다.
정리=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