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으로 3상 임상시험에 진입한다. 임상 3상은 의약품 시판 허가 전 마지막 과정으로 많은 환자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확증하는 단계다. 임상은 이미 허가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대조해 효과를 확인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추진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3상 임상시험 계획을 10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코로나19 백신이 최초로 3상에 들어간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GBP510의 비임상과 임상 1상 중간분석 결과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확인돼 3상 임상시험 진입이 가능하고 시험백신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이 설계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문가 자문 결과에 따라 '혈전증이나 면역혈소판감소증 등 자가면역질환자'는 제외하도록 임상시험 계획을 시정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은 이미 허가된 백신과 비교해 효과를 입증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교임상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세계에서 두 번째다. 프랑스 발네바가 비교임상 3상을 승인받아 영국에서 임상을 시작했다.
GBP510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재조합 백신'이다. 식약처는 허가된 코로나19 재조합 백신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바이러스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선정했다.
GBP510 임상은 총 3990명을 대상으로 시험백신은 3000명, 대조백신은 990명에게 0.5㎖씩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한다. 중화항체가(특정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의 양)의 우월성·혈청반응률(백신 접종 전 대비 항체가가 네 배 이상 증가하는 시험대상자의 비율)의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만 19세 이상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 1상 중간분석 결과 모든 백신 접종자에게서 중화항체가 생성됐으며, 완치자 혈청 패널보다 5배 이상의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현재 240명을 대상으로 2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내년 1분기 3상 임상의 중간분석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허가 신청이 이뤄질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백신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안전과 효과가 담보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최초로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3상 임상에 돌입함에 따라 백신 자급화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백신 선도 기업이 없는 국가임에도 국내 개발 백신 임상 3상을 승인했고, 전통적인 위약임상으로 임상 3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이고 면밀한 심사로 비교임상 방식을 선제 도입해 국제 표준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