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선 전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해임을 사실상 주도한 임수경 GIST 이사장이 임기 1년 2개월여를 남겨놓고 돌연 사의를 표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10일 GIS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임 이사장은 11일 오후 비대면 온라인으로 열리는 GIST 이사회에서 사퇴할 예정이다. 이미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이사장 임기는 3년이며 최근 1차례 연장돼 내년 10월까지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이사장과 지난달 말 임기 만료된 이사 6명, 감사 등을 새로 선임할 계획이다.
임 이사장의 정확한 사의 표명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전 총장 해임건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과기부와의 불화설 등도 거론되고 있다.
과기부가 이사장과 이사진 교체를 계기로 GIST 이사회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지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GIST 안팎에서는 총 15명의 이사 가운데 3~4명의 이사를 지역 경제계 등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욱이 지역 변호사가 맡고 있던 GIST 감사 후임에 과기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 사무관 출신 대학 교수가 내정됐다.
GIST 내부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법원에 이사회 해임무효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김 전 총장이 유리해진 것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 전 총장은 그동안 이사회가 자신을 부당하게 해임하려 한다며 각을 세워왔다. 하지만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과기부가 GIST 이사회와 감사 등 주요 기능을 쥐면서 후임 총장 선임건도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전 총장이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본안소송에서 해임건을 다툴 경우 과기부는 곧장 후임 총장 인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3개월 내 후임 총장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 5월 대선 이후로 늦춘다면 총장 공백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편, 김 전 총장은 지난 3월부터 노동조합이 중간 평가와 연구수당 수령 등을 제기하며 사퇴 압박을 가하자 지난 3월 18일 홍보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2명의 부총장단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렸다.
이에 이사회는 같은 달 30일 열린 제129회 정기이사회에서 김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연구부총장 총장직무대행 체제를 결정했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사의 표명은 사퇴 의지와는 무관하고 이사회 결정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4월 5일 법원에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그는 70여일만인 지난 6월 8일 총장직에 복귀했지만 2주일 만인 같은 달 22일 이사회 해임안 의결로 다시 총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그러자 김 전 총장은 사흘 뒤인 25일 오후 광주지법에 이사회 해임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