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는 삼성이 답해야 한다](https://img.etnews.com/photonews/2108/1442705_20210810191528_997_0001.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 형태로 출소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브리핑을 자처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 경제 상황과 세계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면서 “여론과 이 부회장의 수용 생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이 확정돼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다시 풀려났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놓고 논란이 많았지만 정부는 결국 산업계 분위기, 사회 여론 등을 고려해서 가석방이라는 카드로 화답했다.
삼성이 원했던 사면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악의 사태까지 가지는 않았다. 사실 가석방을 놓고도 시민단체 등 일부 여론은 냉랭했다. 유독 삼성에만 특혜를 준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 때문에 막판까지 청와대에서도 고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기업 색깔이 강한 정부가 비난 여론에도 가석방을 결정한 데는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경기가 크게 움츠러들면서 기업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점도 주효했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활동 재개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삼성이 답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은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경제사범인 이 부회장은 형 집행이 면제되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에 따라 5년 동안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그래도 가석방과 관련해 우호적인 여론이 높아 이 부회장이 출소할 수 있게 됐다.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 여론에 따라 두 사건도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포함한 굵직한 사안에 대해 이 부회장의 역할을 보여 줘야 한다. 총수 부재로 미뤘던 삼성의 변화에도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가석방 이후에도 삼성의 변화와 혁신이 없다면 국민적인 실망감은 커질 것이다. 이 부회장이 감옥이 있을 때의 삼성과 마찬가지라면 여론은 다시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