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합작해서 만들려던 비금융 신용평가(CB)사 설립이 결국 불발됐다.
데이터를 한데 모아 비금융 부문에서 강력한 신용평가 대안 모형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독자 사업을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가 1년 이상 준비해 온 비금융 전문개인 CB 전문 합작법인 설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이통사가 각각 비금융CB 사업자에 개별 진출하거나 아예 진출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비금융CB 전문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이통 3사가 꾸준히 논의해 왔지만 사실상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금융 전문개인 CB 사업자는 이통사 가입자의 가입정보, 단말기 할부 현황, 요금 청구·납부, 결제 정보 등을 활용해 신용평가모형을 만든다. 금융위원회가 신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와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안신용평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설했다.
금융위가 지난 4월부터 매달 비금융CB업과 개인사업자CB업 신청을 접수하고 있지만 비금융CB 부문에서 이통사 참여는 아직 전무하다. 지금까지 신용카드사 등 다수 기업이 개인사업자CB를 신청했지만 비금융CB에는 이 분야 스타트업 1곳 신청에 그쳤다.
애초 정부는 통신에 특화한 CB 설립과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규정과 이통사 겸업금지조항 등의 문제를 해결하며 발판을 마련했다. 이통 3사도 공동 출자 방식의 합작법인 설립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통사마다 서비스 특징이 조금씩 달라 공유할 가입자 데이터 범주 설정과 수익구조 도출 등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금융CB 수익성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비금융CB는 신용정보법상 금융거래에 대한 개인신용정보나 신용정보원이 집중 관리·활용하는 개인신용정보를 제외한 정보만 다뤄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 CB 사업자는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지만 비금융CB는 신용정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존 CB 사업자는 금융 데이터에 통신 등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신용평가모형을 만들 수 있지만 비금융CB 사업자는 금융 데이터를 제외한 차별화 모형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모형의 정교성과 정확도 등에서 기존 CB사 대비 경쟁력이 낮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분야에 정통한 관계자는 “비금융CB 사업자의 주 고객은 금융사인데 금융사가 이미 정교한 금융 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모형과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하는 상황에서 비금융CB 사업자가 금융사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합작사 설립 무산과 관련해 이통사 관계자들은 “신용평가 사업과 관련해 뚜렷한 수익모델이 감지되지 않고, 통신과 연계한 핵심 신사업으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조직 내에서 비중을 두고 특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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