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의회 상원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발의했다. 주가 아닌 연방 차원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발의는 이번이 처음으로, 구글과 애플 등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미국의 입법 작업 본격화로 한-미 통상 마찰 우려가 해소되면 한국 내 법안 처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의 마샤 블랙번(공화당)과 리처드 블루먼솔(민주당) 등 의원 6명은 플랫폼 사업자의 반독점 행위를 금지하는 '오픈 앱 마켓 법안'(The Open App Markets Act)을 11일(현지시간)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미국에서 5000만명 이상 이용자를 보유한 앱 마켓 사업자가 대상이다. 사업자가 개발사(개발자)에 자사 앱 마켓 결제 시스템 이용(인앱결제)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개발사가 더 낮은 가격의 앱 마켓이나 자체 결제시스템 등 다른 플랫폼을 선택할 경우 이를 기존 앱 마켓 사업자가 막는 행위도 금지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 등 외신은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분쟁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에픽게임즈는 자사 게임을 앱 마켓에서 제외한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안은 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경쟁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사 앱 마켓의 비공공(non-public) 데이터 이용도 금지한다.
블루먼솔 의원은 “애플과 구글은 수년간 수십억달러 규모 시장에서 자비로운 문지기를 자처하며 경쟁사와 소비자를 힘들게 했다”면서 “이 법안이 '테크 자이언트'의 독점을 깨고 새로운 경쟁사의 앱 생태계를 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에서는 36개 주와 워싱턴DC가 구글을 상대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가 핵심인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연방 차원에서는 지난 6월 플랫폼 반독점 대응 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인앱결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BC는 “오픈 앱 마켓 법안이 구글과 애플 앱 마켓 비즈니스 모델과 모바일 운영 체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의회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동 발의했다는 점에서 법안 통과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앱공정성연대(CAF)에 따르면 행크 존슨 민주당 하원의원과 켄 벅 공화당 하원의원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을 추가 발의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의회의 움직임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법제사법위원회 처리를 앞둔 우리나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를 미뤄 온 배경의 하나인 통상 마찰 우려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7일 열리는 결산국회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번 시기를 놓치면 국정감사, 예산 처리, 대선 이슈로 인해 법안 처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은 국민의힘의 미온적 태도로 처리가 연기되다 지난달 20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 심의를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중복규제 이슈가 마지막 걸림돌로 남아 있다. 방통위는 최근 앱 마켓은 특별 시장 영역으로, 특별법인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이 개발, 심사, 등록·노출, 거래, 이용 등 앱 마켓 생태계의 단계별 특성을 반영했지만 구체적 행위 규제까지 공정거래법에 담기는 어렵다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