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하루 앞두고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지'를 선언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삼성은 단체협약과 함께 상생의 노사 관계를 다짐하는 화합 선언문도 채택하면서 새로운 삼성을 향한 의지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1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노동조합 공동교섭단과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공동교섭단에는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삼성전자에 설립된 4개 노동조합이 모두 참여했다.
체결식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4개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 대표 등이 참석했다.
공동교섭단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약 9개월간 30여 차례 교섭을 가지며 총 95개 조항을 담은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합의 내용에는 노조 활동 보장 차원에서 노조사무실 제공, 유급 조합활동 시간 보장, 조합 홍보활동 기준 등이 담겼다.
단체협약 체결과 함께 삼성전자와 노조 공동교섭단은 상호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모범적 노사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오늘은 삼성전자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의미있는 날”이라며 “앞으로 노사가 상호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발전적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단체협약 체결은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약속을 지킨 것으로, 삼성전자 노사 관계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단체협약 체결이 이 부회장 가석방 출소를 하루 앞둔 가운데 열린 것도 의미가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출소 이후 노사 상생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이사회 산하에 설치하고 노사 화합과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며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에서 노조가 공식 출범했고 단체협약을 맺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7월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지난 10일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 부회장이 출소한 이후 경영 정상화와 함께 국민 신뢰를 향상하기 위해 노사 간 상생활동을 포함한 준법경영을 지속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