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옴스트롱이란 단위를 꺼내들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자주 쓰이는 단위라고 하지만 아직 익숙하진 않다. 1 옴스트롱은 0.1 나노미터다. 인텔이 반도체 공정에서 나노미터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제시한 단위이기도 하다. 인텔이 2024년 구현하겠다는 공정 단위이자 명칭이 '인텔 20A'다. 굳이 따지자면 2나노 공정쯤 된다.
삼성전자와 TSMC 중 누가 먼저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하느냐가 화두인 지금, 인텔이 꺼내든 옴스트롱은 살짝 뜬금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텔 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현재 사용하는 나노미터는 트랜지스터 게이트 길이를 뜻하는데, 이 하나가 반도체 칩 성능의 절대 지표가 될 순 없다는 게 인텔 주장이다. 또 인텔은 “나노 단위는 반도체 제조사들의 마케팅 용어”라면서 “같은 나노미터라도 회사마다 실제 공정 기술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반도체 업계에서는 상당 부분 수긍하는 대목이다.
물론 10나노 이하 미세 공정 전환이 어려웠던 인텔이 옴스트롱으로 새판을 짜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삼성전자와 TSMC에 빼앗긴 반도체 공정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이 내포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인텔 입장에서는 왕좌를 되찾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인텔의 카드가 필승을 보장하진 않는다. 나노미터처럼 길이 단위인 옴스트롱을 인텔이 독자 공정 브랜드로 치환시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록 실제 기술력을 방증하진 못하고 마케팅 용어일지라도 '나노' 공정은 시장에서 통용되는 지표다. 인텔의 옴스트롱이란 용어가 나노 단위를 대체하지 못하면, 비교 가능한 척도를 원하는 시장에겐 피로감을 안겨줄 뿐이다. 이 경우 오히려 인텔의 옴스트롱이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비판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텔은 독자 공정 명칭인 옴스트롱을 시장에 연착륙 시켜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도인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과제다.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딱 3년 안이다. 그 안에 '나노' 수준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텔은 “그래서 인텔 18A(2025년 예정)가 몇 나노란 거야?”라는 질문을 계속 받게 될 것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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