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쾌한(?) 제목 '기생충'

[기자수첩]불쾌한(?) 제목 '기생충'

한때 게임은 음반·영화와 함께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로 규제를 받았다. 규제 주체가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바뀌고 자체 등급분류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제도가 일부 개선됨에 따라 게임은 음반·영화와 달리 여전히 사전심의제도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음반은 1995년, 영화는 1996년 각각 사전심의제도가 철폐됐다. 표현의 자유에 힘입어 소재는 다양해졌다. '넘버3' '접속' '초록물고기'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등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이 이때 나왔다.

사전심의는 창작성을 훼손하고 제한한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자기검열에 빠질 공산이 크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더욱더 그렇다. 게임위의 등급분류 결정은 매주 목요일 위원 9명의 회의를 통해 내려진다. 결정 내용은 관보에 싣고, 설명자료는 별도로 내지 않는다. 사행성, 선정성, 폭력성 등 결정 사유만 단순하게 공개한다.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마찬가지다. 국회 요구에도 공개한 적이 없다. 회의록은 게임법에 의해 공개가 원칙이지만 '위원회 의결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공들여서 개발한 게임이 취소·보류 판정을 받아도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게임을 출시하고 싶다면 최대한 안전하게 심의를 통과한 기존 게임과 유사하게 만들어야 한다. 게임위가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항상 올바른 판단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회의록을 공개하는 게 보완책이 될 수 있다.

2003년 KBS 가요심의위원회는 모던 록밴드 넬의 정규 1집 '렛 잇 레인' 수록곡 가운데 '기생충'에 대해 “제목이 더러워서 시청자들의 불쾌감을 유발한다”며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다. 16년 뒤인 2019년 같은 제목의 영화가 온 국민의 입에 오르내릴 때 불쾌감이 든 이가 있었는지 생각하면 의문부호가 따르는 심의 결과다. 김규철 게임위원이 최근 4대 위원장직에 올랐다. 블록체인, 승부 예측 게임 등급 문제 등 현안이 많다. 새롭게 시작한 만큼 베일에 싸인 기존 행태에서 벗어나 회의록을 공개하는 결단을 내려 주길 바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