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 포인트]<2>SW교육 확대? 현실속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먼 얘기

[신혜권의 에듀 포인트]<2>SW교육 확대? 현실속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먼 얘기

“정보 수업요. 다른 공부를 하는 시간이죠. 코딩은 왜 배워야 해요?”

한 중학생의 말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중학생들이 이런 말을 한다. 중학교 소프트웨어(SW) 교육의 현주소다. 지난 2018년 한국판 빌 게이츠를 양성하겠다며 중학교 교과목으로 도입된 SW 교육이 왜 이런 취급을 받을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초기 '국영수코(국어·영어·수학·코딩)'라고 불릴 정도로 SW 교육 열기는 뜨거웠다.

열기는 3년을 가지 못했다. 왜 정규 교과목으로 도입된 중학교 SW 교육이 동아리 활동만큼도 못한 과목으로 전락했을까. 부족한 수업시간, 전담교사 부족 등 많은 원인이 있지만 이보다 현실적 이유가 있다. 조금은 꺼내기 어려운 얘기지만 학생들 현실을 보자.

공식적으로 꺼내기는 부담스러운 얘기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학 입시 경쟁을 시작한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진학할 좋은 중학교를 찾아 이사를 다닌다. 중학생들은 봉사, 동아리, 학급, 내신 등 모든 활동을 좋은 고등학교 진학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일부 극성스러운 학부모와 학생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이건 중산층 이상의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는 중학생 이야기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학부모는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3년, 심지어 초등학교 고학년 3년까지 적어도 6년에서 9년을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런 현실에서 오늘날 SW 교육이 중학생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SW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핵심 교육'이라는 말은 그저 SW 정책을 만들거나 업계에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리 SW 교육이 중요하다고 얘기해도 '대학 이름'이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 잣대인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에게도, 학부모에게도 무의미한 이야기다.

중학생 대상 SW 교육이나 캠프를 할 때 가끔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불만을 듣는다. “안 그래도 국·영·수 공부하기 바쁜데 왜 정보라는 과목까지 만들어서 학생들을 힘들게 하느냐”고.

필자는 “모든 산업과 사회가 SW 기반으로 변화하고 SW는 살아가는데 기초 소양이라고. 그래서 배워야 한다”고 답변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 같다. 1시간 이상 관련 강연을 해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학교 내 SW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려온다. 정부도, 국회도 수업시간과 교사 부족 문제를 지적하고 다양한 대책도 제시한다. 최근 토론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까지 나서서 SW 교육 확대가 시급한데 과거 교육에 얽매여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육 역할 강화도 요구했다. SW 교육 학계, SW 산업계 관계자도 SW 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실 속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그저 먼 얘기다. SW 교육이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 의미가 있지 않는 한 실질적 교육 확대는 어렵다. 교사들 사이에서조차 학생 성적과 좋은 상급 학교 보내는 게 실적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정보' 수업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교사는 별로 없다. 학교 내에서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자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학교 내에서 SW 교육이 학생들에게 현실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 방법이 무엇일까. SW 교육을 받아야 하는 동기를 학생들에게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 학생 모두를 적극적으로 수업 받게 할 수는 없지만 SW 교육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줘야 한다. 평가체계 마련이나 생활기록부 반영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SW중심대학 SW특기자 전형 확대도 방법이다. SW중심대학은 애초에 'SW만 잘해도 대학을 갈수 있다'는 취지로 SW특기자 전형 제도를 만들었다. 현재는 정시확대 정책으로 축소되는 분위기다. 컴퓨터공학과 등 SW 관련학과만이라도 SW 재능을 평가해 선발하는 입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초·중·고등학교에서 SW 교육을 받는 동기가 마련된다.

사교육 열풍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학에서 음악·미술·체육 등 특기생 입학제도를 운영한다 해서 초·중·고교생 모두 음악·미술·체육 사설학원을 다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