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기업 전화콜 시장 진출에 중소업체 퇴출 가속 우려

카카오에 이어 SK그룹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면서 영세업자인 대리운전사업자(콜센터)들의 반발이 거세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기반 호출뿐만 아니라 콜(전화) 시장까지 진출하면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접수했으며, 협의체를 구성해 이달 말부터 본격 중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슈분석] 대기업 전화콜 시장 진출에 중소업체 퇴출 가속 우려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하는 플랫폼사

대리운전 시장 구성원은 콜센터, 프로그램사, 대리기사로 나뉜다. 콜센터는 대리운전 접수를 받고, 프로그램사 플랫폼을 통해 대리기사가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다.

콜센터는 대리운전비의 약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프로그램사는 월간으로 콜센터로부터 관제시스템 사용료를, 대리기사로부터 플랫폼 사용료를 받는다.

프로그램사 플랫폼을 거치는 이유는 콜센터가 자체 보유한 대리기사로는 서비스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체 프로그램을 내놓더라도 소속 대리기사만으로 서울에서 발생하는 대리운전 콜을 모두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콜센터 입장에선 다른 콜센터 소속 기사라도 대리운전을 수행해준다면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에 프로그램사와 협업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콜 위주였던 대리운전 시장에서 앱 기반 호출 방식으로 진입했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전국 플랫폼을 구축했다. 사실상 콜센터와 프로그램사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티맵모빌리티도 같은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을 구성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 대리운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3000만명에 달하는 내비게이션 '티맵(TMAP)' 이용자를 기반으로 올해 대리운전 서비스를 내놨다.

◇중소업체 퇴출 가속화 우려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자 3000여개에 달하는 대리운전 사업자는 반발하고 있다. 콜센터들로 구성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5월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내기도 했다.

대기업이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한 차례 더 불을 지폈다. 기존에는 스마트폰 앱으로만 대리운전 호출을 받았으나, 사업 영역을 더 넓히면서 기존 업체들의 시장 퇴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면서 'T MAP' 앱 안심대리 내 전화콜 신청 버튼을 마련했다. 해당 버튼을 누르면 '1800-0030'으로 연결돼 상담원이 접수를 받는다. 이용자가 앱 대리운전 호출 방법을 모르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전화콜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 2위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 '콜마너'를 인수했다. 카카오T 대리운전에 콜센터 제휴콜을 올려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1577 대리운전'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에 지분을 투자하고,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해 사업을 이관받았다.

대기업이 전화콜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기존 콜센터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대리운전 수요가 전화콜에서 앱 호출로 넘어가는 건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대기업이 콜 사업까지 확장하면서 관련 중소기업 퇴출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반위 합의 미지수

동반성장위원회는 오는 26일 첫 조정협의체 회의를 갖고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콜센터를 대표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가 참석한다.

조정 기간은 1년으로 내년 5월 말까지는 합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지만, 합의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양측 쟁점은 대기업 전화콜 시장 진출이다.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추산된다. 대리운전 시장은 다른 시장과 달리 대기업 진출에도 성장 한계가 있다. 술을 마시는 자차 이용자가 늘어야 하는 데, 대기업이 진출해도 시장이 확대되는게 아니라 기존 시장을 나눠갖는 구조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는 결국 플랫폼 지배력을 기반으로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화콜 시장을 가져와야 한다. 아직도 대리운전 호출의 약 80%는 전화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업계는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주요 대리운전 콜센터들을 인수하며 대대적 광고에 나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력이 있는 만큼 빠르게 고객을 뺏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협의체를 통해 전화콜 시장 철수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 이용자 및 대리기사 대상 현금성 프로모션 자제를 촉구할 예정이다. 시장 흐름에 따른 자연 도태는 인정하지만 당분간은 상생과 함께 공정경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가 전화콜 시장에서 철수, 콜센터의 콜을 중개하며 상생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중개 플랫폼으로 방향성을 잡더라도 기존 프로그램사와 마찰을 빚을 우려가 있다.

또 동반위가 합의 권고를 내리더라도 권고 사항이라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점도 변수다.

한 대리운전 콜센터 대표는 “중소업체들은 대리운전 수수료로 20%를 받지만 대기업과 달리 고객에게 10%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 3%와 상담원 인건비 등을 빼면 수익성이 낮은데, 대기업 시장 진출로 어려움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