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182. 키친인큐베이터, 그린슈머 그리고 비건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182. 키친인큐베이터, 그린슈머 그리고 비건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개인과 사회 책임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고, 환경과 윤리적 소비를 고려한 선택을 하는 그린슈머가 늘어남에 따라 식품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비건과 채식이나 친환경 식재료는 물론 식품 포장 용기 및 포장재를 리사이클하거나 재생플라스틱 용기 사용, 탈플라스틱 포장재 개발 등 기업의 노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비건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일상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채식협회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 수준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년 동안 약 10배 증가했다. 시스템과 환경이 구축되며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와 반대로 비건은 소비자 확장에 맞춰 환경이 발전하는 흐름을 보인다. 비건 인구가 폭증하며 단순히 먹는 것을 대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고 바르는 모든 것을 비건 제품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서울창업허브 키친인큐베이터에서도 비건 식품을 개발·제조하는 스타트업이 2019년 대비 2020년에 2.5배 이상 늘었다. 키친인큐베이터에서는 제품 개발-연구개발(R&D)-브랜딩-상품화-콘텐츠 제작-크라우드펀딩-온·오프라인 마켓 연계 등 식품산업 전반에 걸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연간 16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있다.

조인앤조인은 비건 마카롱 중심으로 지난해 매출 27억원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급성장하고 있다. 슈퍼푸드인 병아리콩을 활용한 계란 흰자위를 개발하면서 계란과 동일한 질감 구현에 성공하는 동시에 병아리콩의 슈퍼 고단백과 영양 성분을 섭취할 수 있게 했다. 또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캐슈넛 우유를 만들고 한천 가루 등을 이용해 버터를 완벽히 대체하는 데 성공하며 비건 마카롱 제조에 성공하고, 빙그레와 풀무원에 판로를 확보하는 등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위미트는 채식인·비채식인 구분 없이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식물성 미트를 만든다.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동물인 닭, 그러나 그만큼 기존 축산 관행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동물이기도 한 닭을 소비하지 않고도 닭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위미트를 조리할 때 풍기는 치킨의 향, 냄새와 바삭하고 결이 살아 있는 튀김 옷의 비주얼,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은 치킨을 먹을 때의 즐거움과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흔히 콩고기로 알고 있는 다수의 대체육 제품들은 조직콩단백(TVP)이란 기본 원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진다. 이들 제품은 콩 특유의 향과 고기와는 다른 질감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아 왔다. 위미트는 TVP 없이 버섯을 기반으로 한 식물성 재료의 분자적·관능적 특성에 맞게 세심하게 원료를 선별하고 자체적으로 대체육을 만들어서 콩 특유의 향을 없앴다. 위미트는 크라우드펀딩에서 냉동식품 특성상 부득이하게 포장재가 많이 쓰이는 데 문제점을 느끼고 포장재 없이 직접 보랭 가방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배송하는 '알맹이 배송' 이벤트를 진행했다. 모든 서포터에게 알맹이 배송을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환경을 위한 작은 이벤트에 서포터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배드캐럿은 플랜트 베이스 푸드 스타트업으로,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채식인을 비롯한 채식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다. 채식 및 비건 인구가 늘면서 많은 제품이 시장에 소개되고 있지만 채식·비건 식단을 유지하기에는 식단 선택의 폭이 좁고, 맛에 대한 만족도가 낮으며, 가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배드캐럿은 이 같은 한계를 넘어 맛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세 가지 제품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선보였다. 고기의 식감과 유사한 고사리를 활용해 고사리 향 및 식감을 그대로 살리고 마늘을 듬뿍 넣어 풍미를 더한 '고사리 마늘 페스토', 알싸한 생강과 마늘·대파를 저온의 식물성 기름에 조리해서 감칠맛 및 재료의 향을 최대로 끌어올린 '생강 알리오 올리오', 청키한 가지와 마늘종·고추로 화끈한 매운맛이 특징인 'K-베지라유' 등. 배드캐럿은 식품 배송 시 사용되고 버려지는 아이스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시 강동구의 도움을 받아 리워드 발송에 재사용아이스팩을 사용했다. 키친인큐베이터에서 제품개발-R&D-상품화-품평회크라우드펀딩-제조·유통까지 전 과정을 지원받아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는 채식 식당 및 베이커리·카페 등 다양한 판로를 확보하고 대용량 제품 출시를 통해 외식·급식업체, 대기업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비건 슬로피조소스, K-핫소스 등 새로운 제품의 출시도 기대된다.

더브레드블루는 국내 최초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의 인증 마크 'HACCP'를 획득한 데 이어 국내 비건 베이커리에서 처음으로 직접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국내 비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쌀눈유·두유·콩단백질 등 건강한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하고, 자사 노하우로 직접 배양한 천연발효종을 사용해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든다. 더브레드블루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과 마켓컬리 등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이미 수십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더브레드블루는 축적된 기술 기반으로 당단백질을 활용한 대체육 개발에 성공, 백화점 내 팝업스토어를 통해 시장에 선보이기도 하는 등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