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자사 뉴스룸을 통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오프라인에 집중된 유통 산업 규제는 실효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 법안에 대해 개별 기업이 공식 채널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유통기업은 체인스토어협회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관련 협회·단체를 통하는 등 간접 형태로만 상황을 밝혀 왔다. 현재 국회에 묶여 있는 유통법 개정안 처리가 가시화하면서 신세계가 규제 완화를 위해 총대를 멨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자사 뉴스룸 채널에 '유통산업발전법 25년 변천사'라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해당 칼럼에서 신세계는 “유통산업발전법은 발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난 10년간 규제 일변도로 개정돼 왔다”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유통 규제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지난 1997년 처음 공포된 유통산업발전법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2010년대 들어 영업시간 단축과 의무휴업이라는 규제 기조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세계는 주요 매체의 보도와 학회 조사 등을 인용해 지금의 오프라인 유통 규제는 실효성 없는 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매출 상승효과는 없고, 오히려 고용이 감소하는 역효과만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는 “대형마트의 국산 농산물 매입과 고용 유발, 인근 상권 활성화 같은 긍정적 경제 효과에도 주목할 시기”라면서 “유통산업발전법이라는 말처럼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는 물론 국내 소비자와 생산자, 소상공인 모두 상생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적절한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 규제에 대해 직접 언급을 삼가던 유통 대기업이 공식 채널을 통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여당의 규제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여당 국회의원 11명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과 심야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에서 유통 규제 완화 법안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쇼핑이 가속화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여당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법안이 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대형마트에서 새벽 배송이 가능해진다. 수혜가 기대되는 대표 기업도 이마트다. 이마트는 점포 PP(피킹·패킹)센터를 통해 온라인 배송망을 강화하고 있다. 점포에서 새벽 배송이 허용되면 전국에 물류센터를 갖춘 쿠팡 등 e커머스 기업과의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관련 협회·단체가 아니라 직접 규제 대상인 신세계가 유통법 규제에 대해 쓴소리를 낸 것도 이 같은 기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24일 “최근 유통 산업을 둘러싼 여당의 정책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일면서 업계 선두인 신세계가 규제 완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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