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거래위원회의 KT스카이라이프 현대HCN 인수 심사결과에 따른 시정조치는 사업분리 등 구조적 조치보다 요금인상 등 경영상 제한을 부과하는 행태적 조치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과 사실상 유사한 조건이다.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 결합이 유료방송시장 독점을 초래할 만큼 지배력을 과도하게 상승시키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는 가입자 규모 확대와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유료방송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KT는 유료방송 1위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 재편을 지원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만큼, 딜라이브와 CMB 등 유료방송사 재편작업도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공정위 판단 배경은
공정위는 디지털유료방송시장 권역기준으로 판단할 경우에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간 결합으로 현대HCN 8개 방송구역 전체에서 KT 계열이 합산점유율 1위 지위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서 케이블TV를 인수한 LG유플러스는 결합 이후 점유율 1위 구역이 23개 구역 중 13개, SK브로드밴드는 23개 구역 중 17개인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전체 유료방송 시장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현대HCN) 시장점유율은 35.46%로, 2~3위 LG유플러스 계열과 SK브로드밴드와 10%포인트(P) 이상 압도적 격차를 벌리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VSB 유료방송 시장도 현대HCN이 100% 독점사업자인 8개 방송구역별 잠재 경쟁 약화로 진입장벽이 증대, 경쟁제한 효과 발생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판단을 종합 검토, 공정위는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 결합이 경쟁제한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다고 봤다. 하지만, 미디어시장 전반의 트렌드 변화를 고려해 구조분리를 명령할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IPTV 활성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케이블TV 영향력이 예전 대비 약화된 점을 고려할 때, 양사가 결합하더라도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 것이다.
◇KT스카이라이프 '안도'
이에 따라 공정위는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단체가입 수신계약 체결거부·해지 금지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신규가입·전환가입시 불이익조건 부과행위 금지 △수신계약 연장·전환 거부 금지 △고가형 상품전환 강요 금지 △채널구성내역과 수신료 홈페이지 게재·사전고지 의무 등 7개 행태적 조치를 부과했다. 아울러, 수신료 인상 또는 채널수 등 변경시 14일이내 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사실상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기업결합,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결합과 유사한 수준으로, KT스카이라이프라 경쟁사에 비해 단 2개 많은 인가조건을 부과받게 됐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에서는 유료방송 전체 1위 사업자로서 공정위가 구조적 조치 또는 불허를 명령하지 않은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과 케이블TV, 초고속인터넷, 알뜰폰 등을 결합한 신규 결합 상품 출시, 가입자 저변 확대를 통한 콘텐츠 사업 강화 등 생존 기반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모회사인 KT 역시 유료방송 전체 시장점유율을 35%로 확대하며 미디어 플랫폼 경쟁력을 유지·강화할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방송시장 재편 '주목'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 결과에 대해 “수년전부터 진행돼 온 방송통신사업자간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함으로써 방송통신융합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피해 가능성을 차단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유료방송 1위 기업인 KT·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점유율 상승에 대해서도 일부 행태적 조치를 부과하며 인가한 것은 유연한 기업결합 심사로 시장재편을 지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분명한 신호를 보내며 시장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통신사의 유료방송 기업 추가 인수합병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현재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CMB, 지역 케이블TV 사업자도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유료방송 점유율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현대HCN 인수는 국내 유일 위성방송공적 책임 수행, 생존의 필요 전제조건으로 KT스카이라이프가 주체가 돼 독자생존을 위해 대응했다”며 “소비자 선택권과 방송시장 확대를 힘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KT스튜디오지니의 현대미디어 기업결합도 승인했다. PP 등 나머지 8개 시장에 대해서는 수직·수평결합은 있지만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시장이 안전지대에 해당 또는 결합으로 인한 시장점유율 증가분이 미미한 점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