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특정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 앱마켓을 운영하는 애플과 구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애플은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고 구글은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입법과 사법 양쪽에서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고육책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래 전부터 폐쇄적인 구조로 앱마켓을 운영하는 애플은 강한 어조로 전기통신사업법을 비판했다. 애플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디지털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들의 구매 관리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구입 요청(Ask to Buy)' '유해 콘텐츠 차단(Parental Controls)' 등 앱스토어에 장착된 고객 보호 장치들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애플은 “개정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해 효력을 발휘한다면 앱스토어 구매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감소할 것”이라면서 “이는 한국에 등록된 48만2000명 이상 개발자들이 지금까지 애플과 함께 8조5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 왔는데 그들이 앞으로 더 나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게 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입장문이 한국 지사가 아닌 본사 명의임을 강조했다. 한국 국회의 입법이 글로벌 규제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반증이다.
입법 단초를 제공한 구글은 애플보다 낮은 수위로 입장을 내놨다. 구글은 이날 윌슨 화이트 구글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름으로 “성급한 법안 처리로 해당 법안이 한국의 소비자와 앱 개발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은 최종 개정안을 검토하고, 개발자에게 성공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구축에 필요한 도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에 반대하지만 위법 요소를 피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이미 인앱결제 수단을 강제하고 폐쇄적인 단말과 운용체계(OS)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이 구글보다 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위헌소송 같은 법적절차를 밟으며 대응 수단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앱결제 강제 제도 시행 전인 구글은 결제수단 의무화보다는 입점 수수료를 받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결제수단을 개발사나 입점업체가 선택할 수 있게 하되,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올리는데 따른 수수료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입점 수수료는 매출 중 특정 비중을 걷는 방법으로 통상 10% 전후가 보편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쿠팡, 위메프, 티몬 등 국내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평균 입점 수수료율은 13.6%다.
정 변호사는 “구글이 앱마켓 입점 수수료 받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할 경우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대 30%에 달하는 결제 수수료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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