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발표한 벤처 보완 대책에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 개편부터 민간 벤처투자 시장 저변확대를 위한 상세 대책이 두루 담겼다. 다만 복수의결권,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제도 등 정부가 앞서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굵직한 대책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벤처 보완 대책을 포함해 지난 4년간 총 20여차례의 창업·벤처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시행된 정책은 주로 공공 영역의 벤처투자를 크게 늘리고 민간 영역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을뿐 아니라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15개로 증가하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벤처생태계의 체질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은 대책 발표 이후에도 아직 대부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복수의결권이 대표 사례다. 정부는 2019년 3월 '제2 벤처붐 확산 전략'에서 비상장기업에 복수의결권 발행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처음 발표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를 두고 수차례 국회가 공전한 결과다.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 역시 현재 수개월째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벤처 보완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내년을 목표로 내건 12개 핵심과제 가운데 약 절반에 달하는 과제가 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 국회 문턱을 넘는다 하더라도 시행령 제·개정과정에서 진통도 적잖게 벌어진다.
실제 일반인도 공모펀드처럼 상장시장에서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의 경우 이해관계자간 의견 수렴, 부처간 이견 조율 등 문제로 아직까지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 실리콘밸리식 벤처펀드 지배구조 도입 등 이번 대책 역시 추가적인 부처간 의견 조율을 필요로 할 공산이 크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공부문의 유동성 공급으로 벤처투자시장이 크게 성장을 했다”면서 “어렵게 찾아 온 제2 벤처붐의 정치권의 실기로 인해 때를 놓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 민간이 벤처생태계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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