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가운데 애플이 미국에서 유화책을 제시했다. 인앱결제 외 결제 수단 홍보나 유도를 허락한 것인데 관련 업계는 '꼼수'라며 경계했다. 예정대로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애플은 미국에서 개발자집단이 제기한 소송에 합의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합의 내용은 7가지로 'iOS 앱 외부 결제 방식에 대해 이메일 등을 통해 공유 가능'이 핵심이다.
애플은 그동안 웹 결제 등 인앱결제 외 방식에 제한을 뒀다. 인앱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강요하고 개발사나 개발자가 인앱결제 외 방식을 홍보하거나 알리는 것을 규제했다. 이를 어길 시 내부 정책 위반을 이유로 애플이 앱 심사를 지연하거나 앱을 삭제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때문에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애플과 맞설 수 있는 글로벌 업체 외에는 인앱결제 외 방식을 채택하거나 적극 알리기 어려웠다.
애플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 변경을 발표했지만 우려가 여전하다. 기존에 금지된 이메일 안내를 추가 허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앱결제 유지에 확고한 의지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메일 등을 통한 안내는 마케팅 정보 수신 등에 동의한 이용자에 한해 가능하므로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안내는 사실상 불가해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결제를 유도하고자 하는 앱 개발자가 오히려 마케팅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앱에서 직접 외부결제 연결을 허용하지 않는 한 이용자들이 기타결제를 선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지침이 나왔을 때 외부 결제 유도를 방해하는 단서조항들이 달려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애플은 이번 합의를 설명하며 “이러한 방식(인앱결제 외 결제방식)으로 정보를 받으려면 이용자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용자는 이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입법, 정책전문가 중 상당수가 애플의 이번 합의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오픈 앱 마켓 법이 다루려고 하는 부당한 행위를 바로잡지 못한다”면서 “(애플의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 장악을 위한) 추진력을 더할 뿐이며 앱 시장에서 반경쟁적 행위가 남용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에 근거지를 둔 앱공정성연대(CAF)는 입장문을 내고 “여전히 앱 개발자가 앱 내에서 더 싼 가격으로 다른 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하는 조치로, 애플이 앱 마켓의 완전한 통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며 양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반발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평이 나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앱 사용 중 앱스토어 외의 다른 결제 시스템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 '특정 방식으로 앱 결제를 강제하는 행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 변호사는 “앱 외부결제 허용은 모바일 앱과 그외 PC 웹이 별개의 시장이 된 현재 상황에서 거의 실효가 없는 생색내기용 꼼수”라고 평했다.
이어 “별개시장인 앱 외부에서 결제하는 등 수요대체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는 손해는 크지 않으면서 비판받아 왔던 '소비자 선택권 제한'에 반박하는 묘수를 찾아낸 셈”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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