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전기차 'EV6'는 앞서 현대차가 출시한 '아이오닉5' 형제차다. 아이오닉5가 포켓몬스터 '거북왕'을 닮았다면 EV6는 '어니부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아이오닉5가 묵직한 디자인인 반면에 EV6는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EV6는 전기차답게 조용하면서도 폭발적 가속 성능을 지녔지만, 내연기관처럼 완만한 가속이 가능하도록 주행모드를 지원했다. 역동적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뿐 아니라 안락한 주행을 지원하는 패밀리카를 원하는 운전자에게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기아 EV6 미디어 시승행사를 통해 'EV6 롱레인지' 어스 트림 풀옵션 차량을 타고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EV6 언플러그드 그라운드부터 경기도 포천까지 약 120㎞를 주행했다.
EV6는 어니부기를 닮은 전면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다. 시승 중 들린 카페에서 만난 40대 중반 남성도 “무슨 차냐? 예쁘다!”고 디자인을 호평했다.
전비를 향상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전면 범퍼 하단에 위치한 공기 흡입구는 전기차의 평평한 바닥으로 공기가 흐르도록 유도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 개폐가 가능한 '액티브 에어 플랩'도 공기 흐름을 효율적으로 제어한다.
측면 디자인은 길고 늘씬한 느낌을 자아낸다. 실제 아이오닉5보다 전장이 45㎜ 더 길고, 전고는 55㎜ 낮다. 사이드 하단에서부터 리어 휠하우스를 관통해 테일 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EV6 디자인 완성도를 더 높여준다.
후면에는 리어 데크 스포일러와 LED 램프가 일체형이다. 리어램프가 상단에 있어 익숙하진 않지만 미래차 이미지를 강조한 듯했다. 윙 타입 루프 스포일러는 공기 흐름 개선으로 소음과 공기 저항을 낮춰준다. 공력을 이용해 후면부 창문의 물방울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롱레인지 GT-라인 트림의 경우에는 전·후면 범퍼 디자인 등이 더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휠 아치 몰딩 색상도 검은색인 기본 모델과 달리 보디 컬러와 같다.
주행 만족도는 높았다. 폭발적 가속 성능은 선행 차량을 손쉽게 추월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민첩한 움직임에도 안정감 있는 주행 모습을 보여줬다.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무게 중심이 낮기 때문이다. 기아가 내연기관차 '스팅어'에서 보여줬던 운전의 즐거움을 전기차 EV6에도 녹여낸 듯했다.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기능도 지원한다. 차량 실내에 주행 사운드를 구현하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DD) 기능이다. 우주선 소리를 연상케 하는 '스타일리시' '사이버' 모드와 내연기관 엔진 소리를 내는 '다이나믹' 모드를 지원한다. 어색하지 않게 주행 상황에 맞게 반응했다.
전기차 특성으로 인해 가속 페달을 밟을 땐 몸이 시트에 파묻히고, 놓을 때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 든다. 해당 특성을 지우려면 페달 조작을 세심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주행모드를 '에코'로 변경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완만한 가속 성능으로 바뀌어 안정감이 커진다.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기능을 이용하면 규정 속도를 준수해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힐 위험이 줄어든다. 도로표지판 인식 정보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제한속도를 파악하고, 속도 오프셋 설정값을 벗어나면 알림을 줬다.
앞차와 가격을 유지하며 가·감속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은 부드럽게 작동했다. 운전자는 계기판을 통해 자동차가 감지한 주변 차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서도 선행 차량 아랫부분에 파란색 줄을 표시해 안정감이 높았다. AR를 활용한 내비게이션도 지원해 전방을 주시하면서 주행할 수 있어 편리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운전자와 탑승객 편의성과 안락함을 위한 기아의 노력이 엿보였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공조·미디어 조작 패널, 콘솔 등은 운전자 조작이 편리하도록 조금씩 틀어져 있다.
1열 시트는 헤드레스트부터 요추까지 이어지는 S라인 실루엣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시용성까지 뛰어나다. 백 프레임에 기가 스틸을 적용하면서 기존 시트보다 두께가 약 30% 정도가 얇고 가벼워지면서 2열 공간이 늘어났다. 시트 측면에 위치한 '릴렉스 컴포트 시트' 활성화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신체에 가해지는 체압과 하중을 분산시키는 무중력 자세로 시트 포지션을 전환한다.
계기판은 EV 전용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종이(Jong-e)'를 탑재했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다른 테마를 지원하며 차량 설정을 통해 테마를 고정할 수도 있다. 'EV 구동력 배분' '예약 충전 시간 안내' '전기 사용 설정' 등 EV 전용 콘텐츠도 지원한다. 또 '실내 무드 조명' '블루라이트 차단' 등의 기능도 이용 가능했다.
2대 기기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 멀티커넥션 기능도 탑재했다.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 스마트폰도 동시에 연결하고, 조작기에 '미디어' 버튼을 통해 전환할 수 있다.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음악을 감상할 때 높은 만족감을 줬다. 14개의 스피커로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한다. 스테이지 모드, 서라운드 모드, 커스텀 모드를 지원하는 데 서라운드 모드가 만족도가 가장 컸다. 차량 속도 변화에 따라 오디오 음량과 음질을 조정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2열 공간도 넉넉하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공간인 축간거리가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준인 2900㎜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트 기울임을 조정할 수 있어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다. 2열 송풍구는 가운데가 아닌 B필러에 적용해 체감상 더 빠르게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적용한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4730만원, 롱레인지 5120만원부터다. 롱레인지 GT-라인 트림은 5680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