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초래한 뉴노멀 전환은 빠르고 날카롭다. 감염병 대유행 직후 누구도 예외 없이 변화를 일상에서 체감한다는 점에서 빠르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날카롭다. 피할 수 없는 변화 물결은 어려움을 초래하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다가온 기회의 땅은 '디지털 혁신'이다.
비대면이 일상으로 된 현재 세계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혁신은 어느 때보다 가속되고 있다. 디지털전환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고 성장을 위한 중심축이 된 시대에는 디지털 혁신의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가치가 크게 높아진다. 앞으로 ICT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ICT를 통한 산업 간 융합에 먼저 성공하는 국가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스마트폰 등 ICT 제조 산업이 보유한 우수한 경쟁력을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한층 강화함으로써 이러한 흐름을 국가 산업 발전의 기회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ICT 산업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에 우리나라 ICT 수출이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코로나19로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2020년 ICT 수출은 1836억달러로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산업 수출 가운데 ICT 수출 비중이 36%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지난해 ICT 산업의 수출 증대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이러한 성장세가 2021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7월 ICT 수출은 195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30.2% 늘어난 실적으로,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주변기기 등 주요 품목의 수출액이 모두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결과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ICT 제조 부문뿐만 아니라 ICT 서비스 측면에서 성장도 동반돼야 한다.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등장에서 ICT를 빼놓을 수 없는 만큼 SW 등 ICT 서비스에 대한 세계적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2020년 ICT 서비스 수출액은 ICT 제조 수출 대비 약 6.3% 수준으로 아직 크지 않지만 전년 대비 7.1%의 성장을 달성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좋은 신호이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ICT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에 힘써 이러한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ICT 산업 고도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적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을 통한 데이터 댐 확장, 5세대(5G) 통신 기반의 융합 지원, AI 반도체 개발 지원 등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으로 대표되는 핵심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도 디지털 산업의 현황 파악을 위한 '디지털 산업 통계조사(안)'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코로나19에 실려 빠르고 날카롭게 다가온 뉴노멀은 피할 수 없는 변화다. 세계는 변화에 휩쓸릴 것인가,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나라 또한 디지털 혁신의 선도국가로 도약할지 후발주자에 머무를지 등 중요한 분기점을 마주하고 있다. 민·관 역량의 결집을 통해 우리나라가 변화를 주도하는 선도자 위치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hykwon@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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