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도 온라인과 가상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더욱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일부 대선캠프는 메타버스에 선거캠프를 차렸고, 국회도서관은 내부 회의를 메타버스 안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국회사무처는 영상회의, 영상 국감에 이어 법안 발의도 원격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적극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활용했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개설하고 팬미팅 등 국민과 소통을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두관 의원, 박용진 의원 등 다른 민주당 대선주자도 가상공간 활동에 발을 들였다.
이 지사는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발대식을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에서 개최했다. 온라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각종 정책공약을 발표하기도 한다.
김두관 의원은 가상공간인 '독도맵'에서 일본 규탄 기자회견을, 박용진 의원은 대선캠프 출범식을 메타버스에서 가졌다. 4차 산업혁명 대통령이 되겠다는 박 의원은 국민소통 오픈 플랫폼도 열었다.
야권에선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제페토에 '업글희룡월드'를 만들어 소통 중이다. 대선 출마도 제페토에서 했다.
메타버스 외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도 인기다. 야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유튜브 '김동연TV'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홍준표 의원은 유튜브 '홍카콜라' 등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유튜브와 틱톡 등 플랫폼으로 소통의 장을 넓혀가고 있다. 박 의원도 틱톡에서 유행 중인 '롤린' 춤을 따라추면서 화제가 됐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인스타그램에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영상을 게시하며 “얘들아…형 사실”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일상 사진을 게시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당 차원에선 민주당이 적극적이다. 이미 메타버스를 활용해 주요 회의나 대선 경선 일정을 소화 중이다. 송영길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최고위원회도 메타버스에서 진행했다. 최고위는 국회가 아닌 부동산 중개업체 직방이 만든 메타버스 공간 '메타폴리스' 건물 20층에 민주당이 임대한 온라인 민주당사에서 진행됐다.
당내 대선 경선 후보 6명의 캠프 사무실도 메타버스에 입주했다. 14층에는 이 전 대표, 15층은 이 지사, 16층은 추 전 장관, 17층은 김 의원, 18층은 박 의원 캠프가 입주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이 대선 경선 후보들과 국민, 당원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도 뒤늦게 메타버스 활용을 시작했다. 당 홍보본부에서 메타버스 당사 입주 관련 플랫폼 운영사들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직방, 위너스커뮤니케이션, 디캐릭 등이 거론된다. 홍보본부장을 맡은 김은혜 의원은 “경선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국민에게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내에서도 가상공간과 온라인 영상회의 활용이 활발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작년부터 의원총회를 비대면으로 열고 있다. 시스코 웹엑스를 사용해 원내 주요 추진 과제 등을 논의했다. 지도부는 국회 내 영상회의실에서, 소속 의원들은 각자 자리한 곳에서 영상으로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형식이 많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선 세종의 정부 관계자나 해외 공관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화상 국정감사도 실시했다.
국회도서관도 '게더타운(Gather.town)'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내부회의를 진행한다. 문화행사 등 다양한 도서관 서비스도 국민에게 제공한다. 국회도서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도 메타버스 속에서 국회도서관이 보유한 지식과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일상화·장기화되면서 직장 내에서도 비대면 근무환경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여러 업무 분야에서 장소적 제약 없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만남과 소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가상공간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거나 의정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이라는 평가다. 정치나 외교 부문에선 대면의 중요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코로나 확산 여파로 정치권에서도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대선정국에서 정치권의 가상공간 활용 행보는 '나도 메타버스 사용할 줄 안다'는 것에 불과하다. 2030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 외교 부문에서 가상공간 활용도가 더 높아지기 위해선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또 그 가상공간에서 오랜 시간 머물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수반돼야 한다”면서 “기술적 시스템이 마련되면 엔터테인먼트 위주인 가상공간 활동에서 상호 간 신뢰가 쌓일 수 있도록 법과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