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은 이전 세대의 통신 방식에서 경험하지 못한 빠른 데이터 속도와 더 많은 연결, 짧은 지연시간으로 새롭고 향상된 사용 환경을 제공한다. 나아가 5G는 개인이 음성·데이터 통신 환경에서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디지털 세계와 현실을 연결하고 혁신적 융합 서비스와 신산업 창출에 활용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5G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와 융합하면서 전후방 산업을 촉진, 오는 2026년에는 총 1161조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스마트 공장, 디지털 미디어 등 기존 혁신 산업 분야의 첨단화를 촉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과 동시에 장비, 디바이스 등 전후방 산업 생태계로 파급돼 경제를 고도화하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5G가 우리 생활, 산업 등 사회 곳곳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존 이통 사업자의 망 투자뿐만 아니라 개별 수요업체의 적극적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가산업 발전의 중요한 축인 5G 인프라 확산에서 이통사의 투자 부담 완화와 커버리지 확대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5G 특화망 정책과 주파수 공급 방안을 발표, 비(非)통신기업이 5G망을 직접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5G 특화망이란 역량을 갖춘 일반기업이 토지·건물 등 특정 구역에서 사용 가능한 5G망으로, 공장·건설·의료·물류 등 해당 지역의 서비스 제공에 특화한 맞춤형 네트워크다. 에너지·플랫폼 기업 등이 5G 특화망 도입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기업용(B2B) 융합서비스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 가고 있다.
독일·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5G를 타 산업과 융합해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을 이끌기 위해 5G 특화망 주파수를 선제적으로 공급한 바 있다. 특화망의 초기 시장은 주로 제조·에너지·유틸리티·안전·건설 분야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그 외 항공·물류·교육·행정 등으로 활용 분야가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경제 전망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화가 디지털전환을 가속함에 따라 각국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정부 강화와 5G 등 통신 인프라 개발 전략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디지털 뉴딜에서 디지털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히고 5G 통신망 투자를 통한 융합 서비스 발굴·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로 축적된 5G 역량과 기업·정부 간 협업 등을 통해 5G 특화망의 글로벌 초기 시장을 선점할 발판이 마련돼 있다는 강점이 있다. 수요기업은 예비창업자·스타트업에 대한 혁신적 아이디어 사업화 지원, 유망기업에 대한 5G 관련 분야 펀드 결성, 성장기업에 대한 유니콘 기업 선정 및 해외 진출 지원 등 정책 지원을 통해 다양한 수요자의 5G 특화망 도입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관심 기업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5G 특화망의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정책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제시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심사 절차의 간소화, 비통신기업 대상의 기술 컨설팅, 민·관 협의체 구성 등 수요자 중심 정책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5G 특화망 생태계는 초기시장 창출, 이용 활성화, 시장 확대, 인프라 확충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이때 생태계의 원활한 조성을 위해 단말, 디바이스, 장비 등에 대한 초기수요를 창출하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향후 산업 전 영역으로 5G 특화망 확산을 위한 전략은 산업·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서비스를 우선 지원하되 중소기업 등의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 모델 발굴을 병행하는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나아가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진출 방향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5G 특화망 도입으로 산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와 규모를 갖춘 사업자가 공존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구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규모 통신사업자와 다양한 형태 및 규모를 갖춘 사업자가 공존함으로써 관련 시장이 더욱 동태적이고 건강한 생태계 구성에 산·학·연 관계자 모두의 협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정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원장 grizzly@kca.kr
-
박지성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