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특허청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김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기업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식재산(IP) 창출, 보호, 활용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년간 중소기업 등 지식재산 창출 역량을 높이기 위해 특허 기반 연구개발(IP-R&D) 전략 지원을 확대하고, 지재권 획득비용 지원도 강화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올해 상반기 국내 지식재산 출원이 28만413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으며, 최초로 60만건 돌파까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 IP담보대출 취급은행 확대, 신규 IP투자상품 출시 등 지식재산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을 육성, IP금융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초로 2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기술력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벤처기업이 IP로 자금을 조달, 경영난을 극복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기업의 IP 분쟁 피해를 돕기 위한 '지재권분쟁 대응센터'도 개소하고 기술유출·침해를 막기 위한 기술수사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지식재산 보호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세계적인 기술패권주의 확대와 코로나19 이후 빠른 변화 속에서 앞으로 특허청의 역할과 중점 추진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미·중 기술패권 시대 우리나라 생존 전략과 특허청 역할은.
▲첨단기술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술패권 시대에는 핵심기술 선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특히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핵심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동맹국 간 핵심기술 선점, 기술블록화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 분야가 패권 다툼의 핵심이 될 것인지 그리고 이 분야에서 우리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난 약점은 어떻게 보완하고 강점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특허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핵심특허 확보, 회피전략수립, 분쟁대응방안 구축 등에 필수적이다.
특허청은 BIG3 등 신산업 분야 특허 분석을 확대해 유망 연구개발(R&D) 과제를 도출하고, 원천·핵심특허 확보를 위한 IP-R&D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국제특허분쟁 범정부 지원체계를 구성하고 기업별 맞춤형 대응전략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정경쟁방지·영업비밀보호 5개년 기본계획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특허청은 체계적인 계획수립을 위해 지난 4월 '부정경쟁방지·영업비밀보호 기본계획 수립 추진단'을 출범했다. 추진단은 산업계, 학계, 법조계 등 30여명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기술보호, 부정경쟁방지, 디지털·국제협력 등 3개 분과위원회에서 정책추진과제를 발굴 및 논의 중이다. 주요 논의 내용은 산업스파이 처벌요건 완화 등 해외 기술유출 방지 대책과 기술경찰 수사 강화, 민형사 소송제도 개선 등 기술유출 피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이다. 부정경쟁행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으나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소비자 구제수단이 없어 소비자까지 보호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특허청은 10월까지 기본계획 초안을 마련해 관계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기본계획 시행을 위해 2022년도 시행계획을 작성해 정책추진과제를 본격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다.
-IP 데이터 활용 확대방안 진행 상황과 산업재산 정보 관리 및 활용 법제화 추진 현황은.
▲최근 AI, 반도체 분야 등을 중심으로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신 기술동향 분석을 통한 국가·기업 차원의 기술·산업전략 수립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허청은 미래 기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해 상반기에 특허데이터 구축 및 활용 확산 방안을 수립했다. 지난 7월에는 민·관 공동 데이터 특별위원회를 통해 기업 R&D 효율화 등 지원을 위한 데이터 구축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현재는 내외부 의견수렴을 통해 지원수요 등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를 중심으로 국내외 데이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추진과제로 산업과 특허분류 연계표 작성, 해외 특허 권리이전 DB 구축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신 특허 흐름을 산업별로 분석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특허데이터의 범국가적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법으로 '산업재산 정보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법률 초안에 대한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해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지식재산 현황과 앞으로 과제는.
▲우리나라는 특허신청 세계 4위, GDP 및 인구 대비 특허신청 세계 1위, 표준특허 세계 1위 지식재산 강국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특허, 상표 등 지식재산 신청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50만건을 넘은데 이어 올해 60만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R&D 투자 규모에 비해 경제적 성과가 저조한 소위 '코리안 R&D 패러독스' 문제를 안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식재산을 거래·사업화하거나 지식재산으로 금융지원을 받아 그 돈으로 지식재산에 다시 투입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더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AI 창작물, 데이터 등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지식재산을 적절하게 보호하고, 이를 통해 산업적 활용을 촉진해야한다.
-R&D 패러독스 해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R&D 패러독스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R&D에서 가치 있는 특허가 창출돼야 하며, 창출된 특허의 거래·사업화가 활성화돼야 한다. 우수특허 창출을 위해 IP-R&D 지원을 확대했으며, 중소기업의 자체적인 수행을 위해 IP-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도입하고, 특허분석 전문 업체를 육성하는 등 인프라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지식재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민간거래기관을 육성한 결과 지원한 거래기관의 계약 건수(2.4배) 및 중계수수료(28배)가 지원 전 대비 대폭 증가하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이 보유한 우수 지식재산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고, IP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IP금융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수특허 확보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지식재산 활용·사업화를 지속 지원해 R&D 패러독스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
-AI가 글로벌 지재권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청이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특허청은 선진 5개국 특허청 협의체(IP5)내 신기술·인공지능(NET·AI) TF를 발족시켜 지난 2년간 주도적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 올해 AI 발명에 대한 특허심사제도의 통일성 향상과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기 위한 선진 5개국 간 NET·AI 협력 로드맵을 마련했다. 또 AI 발명 이슈에 대한 국내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AI 발명 전문가 협의체'를 발족, AI 발명 등에 대한 보호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특허청은 앞으로도 AI 이슈에 선제·미래지향적으로 대처하면서 디지털 시대 새로운 국제규범 형성을 주도해 나가겠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지재권 출원 양상과 향후 전망은?
▲과거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출원이 감소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오히려 출원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출원 양상을 보면 특허는 전자상거래, 식품화학, 바이오 분야가 상표는 방송통신, 가전 및 가구 분야가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는 우리 기업이 '비대면'과 '의료·위생' 분야의 경쟁력과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함께 디지털 경제의 성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재권 출원 역시 이와 관련된 분야를 중심으로 당분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지재권 출원 60만건 돌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의미는 갖는지.
▲지난 8월까지 국내 지재권 출원은 총 38만1000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9년 지재권 출원 50만건을 달성한 이후 2년 만에 6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이후 기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2% 증가 시 달성 가능한 수치다. 2003년 지재권 출원 30만건 달성 이후 40만건 10년, 50만건까지 6년이 소요돼 출원 증가세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이 급변하는 기술과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글로벌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나.
▲2005년 정부기관 최초로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한 특허청은 적극적인 재택근무 실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방지는 물론 업무효율 증진과 일·가정 양립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특허청은 2019년말 기준 10% 수준이던 재택근무 비율을 코로나19 발발과 더불어 30%로 확대했다. 특히 지난 7월말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계기로 재택근무 비율을 51%로 확대해 현재 928명 직원이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재택근무 실시에도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택근무자에게 전용 PC, 노트북 등 전산장비를 사전배부 했다. 재택근무 시 보안강화를 위해 암호화된 전산망을 활용하고 보안교육 영상을 제작해 재택근무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안전한 원격근무환경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도 재택근무제도는 물론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적극 활용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고품질 특허 심사·심판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김용래 특허청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 영락고와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제26회 기술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 기술사업화 팀장, 지식경제부 가스산업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운영지원과장, 소재부품산업정책관, 장관정책보좌관, 통상차관보, 산업혁신성장실장 등을 역임했다. 산업·기술·에너지 전반에 대한 업무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8월 제27대 특허청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특허청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IP-R&D와 IP금융을 확대하고 지식재산 보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빠른 기술변화와 글로벌 기술패권주의 속에서 기술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부 내 특허청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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