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백신 협력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기초연구 분야로 확대한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 전략에 가속도가 붙는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선 가운데 백신 추가 구매와 조기 공급 노력도 이어지면서 수급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미 백신협력 협약 체결식'에서 눈길을 끄는 성과는 미국의 대표적인 백신 원부자재 생산 기업인 싸이티바가 한국 내 생산시설 설립을 위한 투자신고서를 제출한 부분이다.
싸이티바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5250만달러를 투자해 세계적 공급 부족 현상을 빚는 백신 원부자재 일회용 세포배양백을 한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원부자재 기업이 한국에 생산시설 투자를 신고한 첫 사례다. 백신 관련 필수 원부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한국의 글로벌 백신 공급 허브 도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한국 중소 바이오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원부자재 공급, 백신 공동개발, 위탁생산, 감염병 대응 연구협력에 관한 4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것도 한미 백신 협력 저변이 확대된 결과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아쥬반스 테크놀러지에 백신 후보물질의 필수 재료인 면역 증강제를 공급하기로 했다. 아이진은 미국의 트라이링크 바이오테크놀러지로부터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후보물질에 사용되는 원부자재인 캡핑 시약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팜젠사이언스는 미국 액세스 바이오, 아이비 파마와 mRNA 백신 공동 개발 협약을, 큐라티스는 미 HDT바이오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기 위한 협력을 각각 맺었다. 이와 함께 국생명공학연구원이 펜실베니아대학교와 mRNA 백신 전달체 연구 분야에 협력하기로 하는 등 4건의 연구기관 간 MOU도 체결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싸이티바의 한국 투자 유치는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 발표 이후 제1호 투자 유치 건으로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발돋움하는 첫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과 미국의 주요 대학 연구소가 체결하는 연구 협력 MOU는 미래 신·변종 감염병 대비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정부는 협력 주체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벤처 바이오 기업으로 넓어지고 협력 범위가 원부자재 협력, 백신 공동개발, 위탁생산 등 다양화하는 점에 의미를 뒀다. 협력 방향이 상호 기술협력, 원부자재 수출입 등 양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부분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문 대통령 방미 기간 중 백신 추가 확보 노력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백신 교환을 공식화했다. 이르면 이달 25일부터 영국에서mRNA 백신 100만회분이 순차 도입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앨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을 만나 내년도 코로나 백신 추가 구매와 조기 공급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3000만회분에 이어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
정현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