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약 1300억원을 투입, 이스라엘 자동차 보안 업체를 인수한다. 커넥티드카 전환 환경에서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보안 규제 대응이 목적이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조명, 구동장치에 이어 사이버 보안 영역까지 확장하며 전장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LG전자는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기업 사이벨럼 지분 63.9%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최종 지분율과 투자금액은 올해 연말 확정되는데 약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설립된 사이벨럼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직원 수는 50명가량이다. 독자 개발한 멀티플랫폼 분석 도구를 바탕으로 자동차에 탑재된 다양한 소프트웨어(SW) 취약점을 분석한다. 기업 가치는 1억4000만달러(약 1660억원)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RSBG벤처스 등으로부터 1200만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했다. 최근 르노, 닛산, 미쓰비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10개 자동차 제조사, 부품사와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인 커넥티드카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사이버 보안 중요성이 커진 게 인수에 영향을 미쳤다.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주차, 결제, 정보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접목되면서 사이버 보안 위협이 늘고 있다. 특히 차량 부품도 전장화되는 데다 SW가 핵심인 자율주행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안전성 확보가 관건이다.
실제 이스라엘 보안업체 업스트림 시큐리티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사이버 공격은 2010년 5건에서 지난해 188건으로 늘었다. 한 건의 해킹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입는 손해는 11억달러(약 1조2444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유럽 등 갈수록 강화되는 자동차 사이버 보안 규제에 대응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내년 7월부터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회원국에 등록된 신형 자동차 차량형식승인(VTA)을 받기 위해서는 자동차사이버보안관리체계(CSMS)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강화되는 사이버 보안 규제에따라 LG전자가 주력하는 인포테인먼트, 텔레메틱스, 전기차 구동장치 등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관련 역량 확보는 필수다.
LG전자는 주식인수 외에도 2000만달러(약 237억원) 규모 신주투자계약(SAFE)도 맺었다. 해당 투자금액은 늦어도 2023년 상반기에 주식으로 전환돼 LG전자 지분율은 추가로 늘어난다.
이번 인수로 하반기 사상 첫 흑자를 예고한 LG전자 전장사업은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8년 ZKW(차량용 조명), 2020년 알루토(인포테인먼트)를 출범한 데 이어 세계 3위 부품업체 마그나와 합작사도 설립하는 등 하드웨어(HW)뿐 아니라 SW까지 전방위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 부사장은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SW 역할이 점차 커지면서 사이버 보안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면서 “사이벨럼 인수는 미래 커넥티드카 시대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LG전자 사이버 보안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