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그린 공상과학(SF) 영화 중 '고기'가 사라진 세계를 그린 작품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유동식 같은 형태에 맛만 구현하기도 하고, 모든 부분에서 실제 고기에 비견되는 것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자연 파괴, 가축의 멸종 등을 이유로 고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다. 극소수 가축만 남아 일부 지배층이 실제 고기를 독점하는 모습이 그려진 작품도 있다.
이런 인공 고기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물론 현실은 SF영화만큼 암울하지 않지만 상황의 유사성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 지금 같은 고기 소비가 계속되면 지구에 이롭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파괴를 막기 위해 '인공 고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축산업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축 호흡과 배설물 등 직접 요인 외에도 사료로 쓰이는 곡물 경작을 위한 산림 훼손, 다양한 축산업 전 과정의 연료 소비 등을 고려하면 여타 산업 못지않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비중 산정에는 각기 차이가 있지만공신력 있는 다수 기관에서 축산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물 단백질이 식물 단백질 대비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문제다. 생산에 필요한 물이나 땅이 적게는 수 배, 많게는 수십 배 많고 크다. 지금은 큰 위협이 안 되지만 인구가 더욱 늘어나고 향후 땅이 부족해지면 고기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고기를 창조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체육' '배양육'이 이렇게 나오게 됐다. 빌 게이츠 등 해외 유명인사도 주목,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대체육은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와 유사한 모양, 식감을 구현한 것이다. 콩이나 버섯 등에서 얻은 식물성 단백질을 압출 등 방법으로 가공하는 식이다. '콩고기'를 생각하면 쉽다. 개발 초반과 비교하면 실제 고기를 많이 따라잡았다는 평이다. 섬유소로 식감을 구현하고 비트 주스로 고기 색을 만드는 등 노력이 있었다. 또 고기 냄새와 향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비단백질 분자 '헴(heme)'을 콩 뿌리혹 등에서 추출해 활용하는 시도도 있다.
또 다른 주인공은 배양육이다. 말 그대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고기를 배양한 것이다. 동물 부위에서 떼어낸 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근육세포로 분화시켜 단백질 조직을 만든다. 이를 재료 삼아 3D프린터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형태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배양에 필요한 돈과 시간이다. 초창기 배양육은 패티 한 장을 만드는 데에만 수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 당연히 가격도 높아 수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현재 비용과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곧 우리가 쉽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떨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는 맛이다. 배양육이 대체육보다 훨씬 실제 고기에 가깝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맛을 구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예를 들면 배양육 기술로 근육 사이사이 낀 지방, 즉 마블링을 세세하게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근육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형성되는 고기 육질을 구현하는 것도 도전 영역이다.
대체육과 배양육 모두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고기 맛을 내기 어렵고 생산에 난관이 적지 않다. 다만 세계적으로 관련 투자, 연구개발(R&D)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훗날 진짜 같은 인공 고기를 만들기 위한 과정 중에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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