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전쟁이 시작됐다. '스타워즈'와 같은 우주 전쟁이 아니라 글로벌 통신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저궤도 위성 통신 전쟁이다.
20년 전 모토로라가 주도한 이리듐(Iridium), 퀄컴과 옛 현대전자가 참여한 글로벌 스타(Global Star),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도한 텔레데식(Teledesic)이 위성통신 시장을 놓고 경쟁했다 세계를 저궤도 위성으로 음성통신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발사체, 위성체, 지상 단말 가격, 이동통신 대비 성능 열세 등을 견디지 못하고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통신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진화에 힘입어 위성통신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통망은 롱텀에벌루션(LTE) 기준 세계 영토의 37%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통 사업자는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은 도심 위주의 이통망을 구축, 산간·오지·해양은 양질의 이통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통 인프라가 열악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국가는 저궤도 위성통신 인프라 구축에 전폭 지지하고 있다.
세계 이통사업자연합회(GSMA)는 저궤도 위성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면 지난 2017년 15억대를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약 7억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페이스엑스는 2015년 발사체를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 발사 가격을 30% 이상 절감했다. 원웹은 위성체를 조립하기 위해 3차원(3D) 인쇄 등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 인프라 구축 비용을 낮추는 기술을 개발, 6세대(6G) 이통 시대에는 위성통신과 지상 이통이 융합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통신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준비가 부족하다. 첫째 위성망 궤도와 주파수 자원 확보 문제다. 위성망 궤도와 주파수 자원은 '한정된 천연자원'으로 인식되며, 국가 고유 자산이다. 한정된 자원을 공평·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파규칙에 명시된 규정과 절차에 따라 국제등록을 신청해서 확보해야 한다. 2021년 9월 기준 저궤도 등 비정지궤도 위성망 국제등록 현황을 보면 미국 371개, 중국 238개, 프랑스 143개, 일본 116개 등 세계적으로 1619개의 비정지궤도 위성망이 국제등록 돼 있다. 우리나라는 19개 등록이 완료됐다. 통신 위성용으로는 0개이다.
위성 주파수 대역은 선점주의 원칙이 적용된다. ITU에 조정 자료를 먼저 접수한 국가부터 조정 동의를 획득해야 자원 확보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위성 강국인 중국·일본과 인접해 있어 이들 국가와의 조정도 필수다. 최근 중국은 궈왕(국가망) 프로젝트를 통해 약 1만3000개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우리나라와 궤도 확보 경쟁 및 위성망 전파 간섭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우리나라 기업의 우주 실증 경험 확보 문제다. 저궤도위성 본체와 탑재체에는 10만여개의 부품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부품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주요인은 레퍼런스 확보 여부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부품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기업체인 R사는 이통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부품 업체다. 그러나 위성에 탑재되는 부품 업체 선정에서 결국 탈락했다. 우주 실증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저궤도위성망 궤도, 주파수 자원, 우주 실증 경험 확보를 통한 기술 자립은 위성과 이통이 융합되는 6G 시대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다. 일론 머스크는 수년 이후 스타링크의 연매출이 약 36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 규모가 오는 2040년에 약 70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위성 탑재체 기술을 확보해서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국내 신산업 창출과 신규 고용 창출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저궤도 통신위성 기술을 선제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변우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부장 wjbyun@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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