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내 반도체 기업 기밀 요구와 관련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우리 기업의 우려를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전달할 것이라고 정부가 5일 밝혔다. 이차전지 공장 국내 확장도 적극 지원한다.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 각종 기밀을 요구한 것과 관련, “오늘 또는 내일 파리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USTR를 만나 우리 기업 우려 사항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장관은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반도체 고객명단을 내놓으라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 같이 말했다.
문 장관은 “미국 정부 의지와 다른 반도체 기업 동향을 우리 기업과 협의하며 공유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미국 정부 의중을 파악하고 있고, 한미정상간 협의 채널이 만들어진 만큼 그런 부분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제기한 '이차전지 국외 생산이 국내 생산보다 4.8배 많아 자칫 국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역수입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K-배터리 전략'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 장관은 국정감사 모두발언에서 “반도체 등 국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산업들은 범국가적으로 보다 과감하고 강력한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 △에너지 시스템 혁신으로 탄소중립 기반 마련 △글로벌 무역·통상 질서 주도 등 세 가지 방향에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장관은 “산업대전환을 통해 선도형 경제로 도약하겠다”며 “산업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공정 개선과 중장기·대규모 기술개발, '국가핵심전략산업 특별법' 제정 시 반도체 등 국가 경제안보 차원의 중요 산업에 대한 지원을 전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국감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등 에너지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의 만성적인 적자가 정치적 요인 때문에 비롯된 것 같다”며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수요와 공급 시장에 시그널도 주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런 문제가 매번 '기승전 탈원전'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승욱 장관은 “한국전력의 올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은 정부가 올초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에 맞춰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 장관은 “전기 공급에 들어가는 여러 비용 요인이 있다”라며 “탄소중립 시대에 재생에너지와 분산형에너지 등을 포함한 요금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장관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존 안의 35%에서 40% 수준으로 상향할 경우 32.8%였던 국내 감축분을 더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정태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또 2050년 이전에 석탄 화력발전소를 조기 폐기해야 한다는 정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문에 “현시점에선 어렵고, 에너지전환지원법 등 법적 환경이 마련된다면 그 범위에서 검토해볼 수는 있다”고 답변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