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이 지난 26년 관련 통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액은 213억4000만달러로 기존 월간 수출 최고치 202억7200만달러(2018년 9월)를 훌쩍 넘어섰다. 1996년 ICT 수출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ICT 산업 수출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뚫고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될 때 위기감이 높았다. 해외 비즈니스 수요가 줄고, 신규 진출 기회도 차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수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ICT 산업이 부진하다면 전체 무역수지 또한 후퇴할 상황이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ICT 산업은 위기감을 보란 듯이 떨쳐내고 오히려 신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와 디지털전환 가속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각 분야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컴퓨터·주변기기 등이 두 자릿수 증가율로 호실적을 견인했다. 물론 호실적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른바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른다. 수출 상승세를 이끈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
국내 위기 요인도 여전하다.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 노력을 이어 갔지만 '기업 경영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국내외 변수를 최소화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과 규제 혁신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정부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전망을 인용해 ICT 산업 수출 연평균 성장률이 2011~2020년 1.8%에서 2021~2025년 4.5%대 상승을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을 현실화하려면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서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 제거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