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닷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인천 국제공항 활주로. 대한항공 A330 기체 엔진이 옆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굉음을 내며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검사관을 따라 기내 조종석으로 들어가자 항공기 무선국(항공기국) 검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라디오. 서울라디오. 코리안에어. VHF(초단파) 테스트” 초단파 통신 신호 전송 여부를 확인하는 정합테스트 이후, 스펙트럼 분석기를 작동시키자 주파수 파형이 '적합' 범위로 표시된다.
KCA가 10월부터 12월까지 집중 검사를 진행 중인 항공기 무선국 검사 현장을 동행했다.
항공기 무선국 검사는 항공기에 설치돼 전파를 활용하는 통신장비와 항법장치가 혼신을 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으로 전파를 발사하고 동작하는지 점검하는 법적절차다.
KCA는 항공사 비수기에 해당하는 10~12월 집중점검 기간 여객기와 화물기, 소형기 등 700여대 민간 국적기를 검사한다.
검사는 VHF 통신장비부터 시작해 단파(HF) 통신장비를 차례로 점검했다. HF 스펙트럼 분석기를 이용해 1~30㎒ 대역 정상 발사 여부와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관제소와 교신해 송·수신 감도를 체크하고 선택호출장치(SELCAL)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한다.
이후에는 항법장치를 점검했다. 항공교통관제설비(ATC)는 스펙트럼분석기를 이용한 전파 점검 이외에 교신데이터 정상 송·수신 여부를 검사했다. 항공기충돌방지장치(TCAS) 충돌경보 발생 여부도 테스트했다. 거리측정기(DME)와 전파고도계(RA)는 조종석 화면에서 정보가 정상적으로 표출되는지를 검사했다.
김성준 KCA 검사관은 “항공기 검사에는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 검사관 2인 1조가 투입된다”며 “스펙트럼분석기, ELT 측정기 등 다양한 측정기기를 활용해 검사를 진행하면 기체당 2시간가량 소요되며 항공기가 운항하지 않는 야간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검사한다”고 말했다. 이후 객실로 가서 천정을 분해하자 ELT 장비가 드러난다. ELT 장비에 검사장비를 연결해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한다.
통신장비와 항법장치를 테스트한 이후, 조종석 바닥에 설치된 작은 문을 열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ENE 룸이 나타난다. 비행기에 설치된 소규모 전산실과 같은 구조로, 랙에 통신장비가 설치돼 있다. 검사관은 무선설비와 일치 여부를 점검했다.
기체 외부로 나와서는 활주로 위에서 레이더 등 고출력 무선설비 전자파 강도 측정을 진행 중이다. 승객과 항공 정비사들의 전자파 노출 불안감 해소를 위해 KCA가 공익 차원에서 진행하는 무료 서비스다.
A330 기체는 모든 장비가 정상 작동을 확인한 이후 정상비행을 할 수 있었다. 1개 무선설비라도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항공법에 근거해 비행기는 운행이 금지된다. KCA는 측정 결과 분석을 통해 전자파 노출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항공사와 공항공사에 전달한다. 항공기 통신과 관련한 제반사항을 검증된 전문인력을 통해 점검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안전운항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정한근 KCA 원장은 “항공기 운항 안전뿐만 아니라 관련 종사자 안전도 지키기 위한 무선국 검사관의 열정과 노력이 있다”며 “국민 안전과 깨끗한 전파환경을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