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육과정에 인공지능(AI) 기초 소양과 기후·환경 관련 교육이 전면에 등장했다. 고등학교에서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과군에 '정보'가 포함됐다. 분권화를 바탕으로 한 학교 자율성도 확대됐다. 초등학교는 2024년, 중·고등학교는 2025년부터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러 과목에 걸쳐 AI 소양을 기르고, 기후·환경 내용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지난 22일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다루는 교육 내용과 학습 활동을 편성한 전체 계획이다. 새 교육 과정에 따라 교과서가 개발되고 평가 체제도 개편된다. 정부는 사회 변화와 고교학점제 도입 등을 위해 내년 교육과정을 개정한다. 지난 4월부터 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와 자문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총론 주요 사항과 학교급별 교육과정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22일 연구 결과를 처음 공개한 것으로, 교육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총론을 확정한다.
연구 결과에는 총론 주요 사항 뿐만 아니라 각 학교급에서 어떤 과목을 어떻게 얼마나 수업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윤곽도 나왔다. 미래 사회를 대비해 내용적인 측면에서 AI와 기후·환경 교육을, 방법적으로는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했다. 기존 교육과정이 담지 못했던 미래 사회 대비를 담았다는 점에서 큰 진전을 이뤘지만 구체화시키는 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성을 키우면서 과목별로 필수 이수 시간이 줄어들자 각 분야 교사·교수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여전히 자기 교과 이기주의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개정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사회와 환경 변화에 대응
=총론 주요 개정 내용은 △AI소양, 기후·환경 교육 등 미래에 대응하는 교육 △학교 자율성 확대 △현행 교육과정 개선점 모색을 담았다.
미래 역량 핵심 요인 중 하나로 AI 기초 소양인 점을 분명히 한 점이 2015 교육과정(이하 2015)과 가장 큰 차이다. 읽기·쓰기·계산(3Rs), 문화소양, 과학소양과 함께 디지털 리터러시의 일부로 AI 소양이 기초 소양에 반영된 것이다. AI 기초 소양 범위와 수준에 대한 뚜렷한 안은 제시하지 못한 점은 과제로 남는다. 2015에서 도입된 소프트웨어 교육이 컴퓨팅 사고력 교육보다 단순 코딩이나 프로그램 활용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AI교육표준모델인 'AI4K12'를 마련한 상태다. 연구팀은 AI 기초 소양 범위와 수준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제안했다. 함께 고려할 요소로 여러 교과에서 AI 관점으로 새롭게 규정하는 역량 함양도 지적했다. 교과별 학습 내용을 AI 원리와 연계해 융합 수업으로 설계하는 등의 방안이나 데이터 사이언스처럼 연계 학습 영역을 검토하는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교과·AI 분야 각각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모두 있어야 제대로된 융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후·환경 교육 역시 모든 교과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야 할 요소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일차적으로는 환경 교과목 등을 통해 다뤄야 하지만 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 등 일반 교과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은 더욱 늘어난다. 교과별 20% 내에서 시수 증감 기준을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확대했다.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까지 합쳐서 20% 범위 내에서 시수 증감을 허용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초·중학교에서도 16+1이 도입도 제안됐다. 그동안 1년이 34주 기준으로 편성됐는데, 이번 안은 교과 교육을 32주로 하고 2주 분량 만큼 시수를 확보해 선택 활동을 하도록 했다.
◇초·중학교 교육과정, 전환 교육 범위 확대
=초등학교 입학과 중·고등학교 진학 등 학교급별 전환 교육 범위를 확대하고 자율성 확대를 위해 교과별 시수 증감을 창의적 체험활동(창체)까지 확대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입학 초기 적응 활동'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교과서 '학교' 내용과 적응활동이 중복된데다 코로나19 상황과 다문화 사회 심화로 기초 문해력 부족까지 두드러지고 있다. 학교 적응에 중점을 둔 창체 68시간을 34시간으로 줄이고 심리·정서적 지원을 주로 하면서, 통합 교과 '학교'를 포함하는 안이 나왔다. 국어를 34시간 늘려 초기 문해력 교육을 강화했다. 2015에서 반영된 '안전한 생활' 과목(64시간)은 '바른 생활'(32시간)과 '슬기로운 생활'(32시간)에 통합하는 안이 제안됐다. 코로나19로 건강 교육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신체활동과 놀이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을 신설하거나 '즐거운 생활' 내에 신체활동을 강화하는 안도 검토됐다.
중학교 과정은 자유학기 운영 시수를 줄이고 편성 영역을 단순화했다. 자유학기 편성에 대한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했다. 자유학기를 초등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전환기 적응과 수업 개선으로 명료화했다. 운영시수는 1학기 운영시 170시간에서 102시간으로 줄였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의무 편성하는 것도 2015와 달라진 점이다. 학교스포츠클럽을 위해 교과별 시수 20% 내에서 감축해 확보하도록 제시되어 있었는데, 이 때문에 학교 내에서 교사 간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하 2022)에서는 3년간 102시간 또는 연간 34시간 이상 편성하도록 의무화하는 안이다.
중3학생들이 고교학점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진로연계교육을 도입하는 안도 제시됐다. 3학년 2학기에 교과별 교과 교육을 마무리하면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고교학점제 이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태다.
중학교 '정보' 과목 시간은 2015처럼 34시간을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학교와 학생 필요에 따라 자율시수를 확보해 68시간 이상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고등학교 교과별 필수이수학점 줄이고 '정보' 필수
= 고등학교 교과과정 개정안은 고교학점제가 핵심이다. 고등학교 수업은 1주 1수업(50분)을 1단위로 3년간 204단위를 들어야 했다. 고교학점제에서는 192학점으로 바뀐다. 교과는 180단위에서 174학점으로, 창체 24단위에서 18학점으로 줄어들게 된다. 전체 학점 틀만 제시됐으나 2022 개정안에서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시 적용할 공통과목 역할과 필수 이수학점을 재조정했다. 이수학점 적정화를 위해 대부분 줄여서 조정했다.
국·영·수·한국사·사회·과학 등은 학기 단위 운영에 맞게 과목1, 과목2로 분할된다. 국·영·수 필수 이수 단위는 각 10단위에서 8학점으로 줄어든다. 한국사는 6단위에서 5학점으로 줄이되, 선택과목 신설로 이를 보완하도록 했다. 사회와 과학도 10, 12단위에서 8, 10단위로 줄어든다. 필수 학점 기준이 줄었지만, 학교에서는 이같은 주요 과목에 대해 자율이수학점을 포함해 크게 늘리는 것이 보통이다. 국영수 학점 종합이 절반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최소 이수 학점으로 운영하는 체육, 예술과 생활·교양 영역의 교과는 10, 10, 16으로 필수이수학점을 유지했다. 생활 영역에서 기술·가정에 정보가 필수로 들어간 점은 돋보인다. AI 기초 소양 강화를 위한 조치다.
국·영·수·한국사를 기초로, 사회·과학은 탐구 등으로 구분했던 교과 영역 폐지 여부는 검토 사항으로 남겨뒀다.
박형주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장은 “2015 개정 핵심이 문·이과 통합이었다면 2022에서는 학생 주도성 도입과 고교학점제가 핵심”이라며 “또 하나의 트리거는 AI 시대 도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쟁점 사항에서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교육과정에 바라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며 “다양한 분야의 위원이 집단지성으로 (안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표1> 교육과정 향후 추진일정
<표2> 현행 교육과정
<표3>2022 개정 교육과정 학점 배당 기준안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