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카오·농협 의결권 행사 관련 법 위반 조사"

대기업집단 채무보증 및 금융·보험 계열사 의결권 행사 현황 공개
신규 기업집단 영향…계열사 간 채무보증 규모 1200% 증가

(사진=공정위 제공)
(사진=공정위 제공)

카카오와 농협 소속 금융·보험사들이 비금융 계열사에 행사한 의결권 중 16건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업집단에 신규 진입한 기업집단으로 인해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이 전년 대비 폭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공개한 '2021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채무보증 현황 및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현황'에 따르면 7개 기업집단 11개 금융·보험사가 18개 비금융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총 107회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6개 기업집단의 91건 의결권 행사는 적법했으나 나머지 16건은 공정거래법 제11조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됐다. 법 위반이 의심되는 의결권 행사는 카카오와 농협에서 이뤄졌으며 공정위는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는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금융·보험사가 금융·보험사에 출자하면 비금융 상장사의 임원임면과 정관변경, 합병 및 영업양도에 대한 의결권 행사인 경우는 15%까지 예외가 인정된다.

앞서 공정위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개인회사이자 카카오 주요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매출 대부분이 금융업에서 발생하므로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에 대해 김 의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과했으며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 계열사 수가 증가 추세에 있고 법 위반 혐의가 있는 의결권 행사 횟수가 지난해 13회에서 올해 16회로 증가한 만큼 우회적 계열 출자, 편법적 지배력 확대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전체 채무보증 금액은 1조1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724억원(124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채무보증 금액이 폭증한 이유는 신규 진입한 대기업들이 채무보증을 미처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과 넷마블, SM, 호반건설 등 4개 신규 대기업집단에서 총 1조901억원이 새로 발생했다. SM의 채무보증금액이 417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호반건설(3513억원), 셀트리온(3153억원), 넷마블(62억원) 순이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되거나 채무보증이 있는 회사를 계열회사로 편입하는 경우 지정일 또는 편입일로부터 2년간 채무보증 해소가 유예된다. 4개 기업집단은 유예기간 내 채무보증 해소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넷마블은 지난 9월 기준 채무보증을 모두 해소했다.

신규 대기업집단을 제외하면 채무보증 금액은 68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억원(-20.5%) 감소했다.

성 과장은 “1998년 채무보증이 금지된 후 채무보증 금액은 지속 감소하는 추세지만 기업들이 규제 대상 이외의 방식을 통해 채무 보증 수요를 충족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를 갖지만 현행법으로 규율되지 않는 자금보충약정, 총수익스와프(TRS) 등에 대해서도 내년 초 실태조사를 실시해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