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레트로 게임을 담은 불법 롬파일이 폐쇄형 커뮤니티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저작권·게임법 위반은 물론 주민번호, 전화번호, 아이디까지 수집하는 등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최근 원저작자의 권리 확보 움직임이 강화돼 구매자도 처벌될 수 있는 만큼 이용자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월광보합' '오드로이드N2' 등 중국산 레트로 게임기에 넣을 수 있는 불법 롬파일 묶음이 폐쇄적인 회원제로 유통되고 있다. 롬파일 묶음은 레트로 게임기를 구동하는 파일로, 기존 게임팩이나 CD를 파일 형태로 만든 것이다. 정품 소프트웨어(SW) 소지자가 롬을 덤프(복사·추출)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이 파일을 남에게 배포하는 건 불법이다.
불법 롬파일 묶음은 과거 '한방팩'이라는 이름으로 오픈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니터링으로 판매처가 삭제되자 최근 폐쇄형으로 판매 방법을 바꿨다. '끝판왕' '수강신청' 등으로 불리며 가정용 게임기와 아케이드 기기를 지원한다. 최근에는 플레이스테이션, 드림캐스트, PSP, 윈도PC 환경까지 지원한다. 10만원 남짓한 비용으로 수백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판매 조직은 별도의 개발팀을 두고 체계적으로 롬파일을 제작하고, 한국어 패치 작업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주민등록증, 재직회사 명함, 이름, 전화번호, 주소, 네이버 아이디 등의 전송을 요구한다. 개인정보를 기기에 입력해야 구매한 게임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한다. 판매자가 구매자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기 때문에 사후 신고 가능성을 차단한다. 이들은 불법 롬파일의 2차 복제와 확산을 막기 위해 중고 거래도 막는다. 중고 거래 제보자에게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롬파일 공유는 저작권법, 롬파일 변조는 게임법 위반이다.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하는 데다 기기 역시 국내에서 심사받은 적이 없는 등급외 게임기여서 게임법에 어긋난다. 사업자 등록이나 전파 인증을 받지 않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저촉된다. 구매자도 마찬가지다. 등급 외 게임물 보관도 처벌 대상이다. 등급외 게임기를 되파는 중고 거래 역시 불법이다. 한마디로 불법투성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적극 단속하지 않는 상황이다. 불법 롬파일 대부분이 해외 직접구매 형태로 국내에 반입되는 까닭이다. 게임위는 28일 “국내에서 구매·유통했다면 판매자를 통해 구매자를 확인할 수 있지만 해외 직접구매라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저작자가 권리 행사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면 구매자도 처벌될 수 있어 이용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닌텐도, 반다이남코, 허드슨, 스퀘어에닉스 등 레트로 게임 지식재산(IP) 보유 기업이 온라인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레트로 게임 시장 전망이 좋아지면서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기기를 판매하는 업체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아직 사례가 없지만 닌텐도는 유료 롬파일 공유사이트 '롬유니버스'에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법원은 사이트 운영자에게 215만달러(약 25억원) 손해배상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