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매출 1조8000억원대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2조원을 건너뛰며 연매출 3조원을 향하는 기업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조원을 넘은 기업도 복수다.
바이오 업체 실적 상승세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것이다. 체외진단 업계는 코로나19가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며 진단기기 수요가 폭발했다. 대기업 바이오 업체는 백신 위탁 생산이 본격화하며 매출 상승세가 뚜렷하다. 내년에는 자체 개발 백신까지 가세하면 단번에 수배 성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체외진단업체서 제약·바이오 '첫 3조 클럽' 예약
체외진단 전문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상반기 매출은 1조9595억원. 이미 '2조 클럽' 진입을 확정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를 통틀어 연매출 2조원 달성 사례가 아직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성장은 매우 이례적인 동시에 주목된다.
항원신속진단키트가 주력인 이 업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로 꼽힌다. 2020년 매출이 2019년 대비 22배 성장한 1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도 2배 가까운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에스디바이오 2021년 매출을 3조원 이상으로 예상한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체외진단 전문업체 씨젠 역시 2년 연속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2019년 1219억원 매출을 기록했던 씨젠은 지난해 1조1252억원을 벌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60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4667억원을 기록했다. 씨젠 3분기 매출 중 코로나19 진단시약 비중은 64%에 이른다.
◇백신 위탁 생산으로 1조 넘긴 대기업 바이오 업체
백신 위탁생산이 본격화하며 이를 맡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 업체들의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누적 매출 1조1237억원으로 2분기 연속 분기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는 동시에 지난해 연간 매출에 근접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등 신규 제품 수주에 따른 3공장 가동률 상승이 배경이다.
4분기에는 모더나 백신 출하 실적이 반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월 모더나와 mRNA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하고 10월 첫 출하했다. 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라 연내 2조원 매출 돌파 가능성이 제기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분기 누적 매출 4781억원(잠정)을 올렸다. 증권가는 4분기 노바백스 위탁개발생산(CDMO)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당장 1조원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셀트리온은 3분기 누적 매출 1조29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지만 3분기만에 1조 클럽에 가입했다.
◇ '다음은 자체 개발 백신' K-바이오 글로벌 공략 가속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다음 키워드는 '자체 개발 백신'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요약된다. 코로나19로 이룬 외형성장을 글로벌 성장동력 확보로 이어갈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달 초 리포트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코로나 백신 'GBP510' 2022년 매출을 52억1400만달러(6조1600억원) 규모로 예상했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22년 연간 7조원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GBP510'은 임상 1·2상에서 투약자 328명 중 99%에서 중화항체 형성이 이뤄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약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국내외 보건당국에 GBP510 사용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GBP510은 일반 냉장 온도에서 유통과 보관이 가능하다. 국제백신공동체(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공급이 가능한 후보 백신 중 하나로 개발도상국, 최빈국 등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이달 12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최종 사용 승인을 받았다. EMA 승인을 획득한 최초의 국산 항체 신약이다.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위중증 전환 가능성이 높은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급성장한 체외진단 업체는 해외 진출을 서두른다. 세계시장을 공략하며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달 들어 인도와 브라질 시장 투자를 연이어 발표했다. 인도에서 하리아나주에 위치한 공장을 1만4000평 대규모 부지 면적으로 증설한다. 브라질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매출 1위인 '에코'를 약 474억원에 인수했다.
씨젠 역시 최근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성장 유지를 위한 전략을 가동했다. 올해 증폭 장비 1028대와 추출 장비 674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누적 기준 세계에 증폭 장비 4463대, 추출 장비 2134대를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외에도 다양한 전염병을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김명건 씨젠 전무는 “겨울에 코로나19를 포함한 호흡기질환 8종을 동시에 진단하는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검사 시간을 단축시킨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이동형 검사실인 '모바일 스테이션'이나 자동화 검사장비인 'AIOS'에 적용해 검사 편의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