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6세대(6G) 이동통신을 계기로 통신분야의 기술패권 전쟁 준비에 착수했다.
2028~2030년 상용화 예정인 6G는 △초성능 △초대역 △초정밀 △초공간 △초지능 △초신뢰 성능을 기반으로 5G에 비해 10배 이상 성능을 구현하고, 인공지능(AI)과 위성통신 등을 접목해 통신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개발되는 6G 시대 기술 표준화 과정은 이전과 다른 국가간 경쟁 양상을 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도 전열을 가다듬고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미국. 6G로 글로벌 통신명가 재건
미국은 6G를 계기로 통신 종주국 위상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미국은 6G를 산업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디지털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5G 기술개발에 다소 소홀했다가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기업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전철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미국은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JUMP(Joint University Microelectronics Program)'를 진행해 약 2430억원을 투입했다. 이어 2021년 25억달러 추가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의회 차원에서도 6G에 대한 지원을 가속화한다. 미국 하원이 6G 통신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네트워크 법안(Future Networks Act)'을 지난해 말 통과시켰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6G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6G 기술개발을 앞당기는 게 골자다. TF에는 통신사와 유관 협·단체, 학술기관 대표,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지방 정부 대표가 참여한다.
미국 민간 기업은 넥스트G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6G 표준기술 확보와 생태계 조성 활동을 본격화했다. 미국의 6G 기술개발은 5G 시대에 중국 화웨이에 뒤쳐졌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6G를 기존 네트워크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를 지속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방형무선접속망(오픈랜)을 추진해 기존 하드웨어 강자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미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위성통신 등 분야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 국가 주도 6G 연구개발 박차
중국은 2030년 6G 상용화를 목표로 국가가 주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 주도로 6G 기술을 선점해 5G 시장에서 높아진 위상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 과학기술부(MOST)는 2019년부터 시작한 6G 연구 관련 국책연구에 2027년까지 약 5807억을 투입한다. 6G 표준 선점 및 산업화를 위한 후속 투자계획도 집행한다. 중국 정보통신연구원(CAICT) 산하 IMT-2030 추진단은 지난해 6G 관련 백서도 발간했다.
국가가 주도해 6G 연구그룹도 운영한다. 정부 주도 그룹과 기업·연구기관 주도 그룹이 관련 정책 추진과 기술 및 서비스 개발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를 보완한다.
5G 장비 글로벌 점유율 1위인 화웨이는 5G 상용화와 동시에 6G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롱텀에벌루션(LTE)과 5G 시장 초기 점유율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한 경험을 6G에서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캐나다 오타와에 6G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고 6G 관련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이 발표한 '6G통신기술특허발전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특허가 출원된 6G 기술 약 3만8000건 중 중국이 35%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닛케이의 조사에서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6G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 신청 건 중 상당수는 화웨이가 신청한 건이었다.
◇EU, 민간 주도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
유럽연합(EU)은 2030년 6G 생태계 조성 및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EU는 6G 연구개발을 위한 6G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2026년까지 약 3359억원을 투입한다.
EU는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확장해 민간 중심 6G 연구개발 그룹 헥사X(HEXA-X)를 출범했다. HEXA-X 초기 멤버로는 노키아와 에릭슨,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 기업과 핀란드 오울루 대학, 이탈리아 피사 대학 등 학계가 함께 참여했다.
EU는 HEXA-X 등 8개 프로젝트를 포함한 '6G 스마트 앤 네트워크 서비스' 프로젝트에 2027년까지 약 1조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젝트에서는 6G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비롯해 서비스 커버리지 확대, 네트워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술 등을 연구 개발한다.
EU 차원을 넘어 각 국가에서도 6G 기술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6G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주무부처인 연방교육연구부(BMBF)는 향후 5년 간 약 9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6G 이니셔티브는 연구기관과 대학의 연구 협력 기반을 다지기 위한 '6G 연구 허브' 사업과 이해관계자들 간의 네트워킹, 다른 국가와의 협력 및 규제 등 주변 사항을 다루는 '6G 플랫폼 사업'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일본은 6G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Beyond 5G 추진전략을 펼치고, 2030년까지 약 6537억원을 투입한다. 연구개발에 약 3억달러를 투자하고, 기반구축에는 2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통신전문가는 이와 같은 글로벌 6G 경쟁이 통신의 진화를 고려하는 밑바탕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통신장비기업 관계자는 “국가간 과도한 경쟁 속에 상호운용성과 표준이 파편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며 “연결성이라는 통신의 특성을 고려해 경쟁 과정에서도 협력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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