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한전의 영업 악화와 더불어 국제 연료 가격 상승이 주된 이유다. 그동안 전기요금체계가 시대와 필요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논의로만 그치거나 미세한 조정만 이뤄져 왔다. 전기요금 인상을 계기로 정부는 좀 더 근본적인 전기요금체계에 대한 개편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체계는 사용 용도에 따라 주택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일반용의 여섯 가지로 분류된다. 각각의 용도에 따른 차등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일반용 전력이 가장 비싸고, 가로등·주택용·산업용 순으로 요금이 저렴하다.
산업용 전력은 1970년대부터 시작해 주로 제조업과 광업 중심으로 적용됐다. 이후 별도로 정한 29개 산업도 포함됐다. 실제 제조업과 광업은 산업용 전력 혜택 등을 받아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쳐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성장했다. 제조업과 광업의 눈부신 성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토대가 됐다.
특정 산업에 대해 전기요금 혜택을 주는 것은 특혜로 여겨질 수 있다. 이 같은 비판을 감안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증가해 타 용도의 전기요금과 차이를 좁혀 왔다. 그럼에도 산업용 전력요금 적용으로 수출 증대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분명한 경제성장 효과가 존재한다면 이를 불합리하다고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산업용 전력 분류를 통한 혜택 제공은 선진국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국가 발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 없이 과거 수십년 전 산업구조와 상황에 맞춰 정립된 산업용 전력요금 체계를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2021년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재 산업구조와 상황에 맞는 산업용 전력요금 체계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재 산업구조는 과거 제조업·광업에서 통신 위주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ICT 산업은 2010년대 초반부터 5%대 성장률을 유지하며 급속 성장해 왔고, 경제성장 기여율도 평균 15%대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해 ICT 산업에 대한 육성 지원이 확대돼야 하지만 ICT 산업 가운데 대다수가 산업용 전기요금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ICT 산업 기반이자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동통신이 산업용 전력요금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5세대(5G) 이통 기술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통사의 5G에 대한 신속한 즉각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진국은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방안을 적극 실현하고 있다. 이통 등 시급하게 육성해야 할 산업에 대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산업용 전기요금 적용의 당위성과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산업이 사회기반시설로 공공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고려돼야 한다. 현재 철도, 항만, 상하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사회기반시설은 대체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일반용 전기요금을 적용받는 산업 가운데에서 사회기반시설로 공익에 이바지하는 분야가 있다면 해당 산업에 대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우선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통은 관련 법령이 정한 사회기반시설에 해당한다. 실제 이통사는 각종 재난 상황에서 국민 안전 보장과 재난 관리 효율화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서 대규모 건축물 등에 이통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이통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약자에 연간 1조원에 이르는 통신요금 복지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공공복리를 위해 노력한 점도 산업용 전기요금 적용 검토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준 확립을 분명히 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대상을 확정한다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정부와 한전은 시대에 맞는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국가 전체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준호 법무법인(유한) 율촌 고문 joonhokim@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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