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동안 잠잠하던 기름값이 성난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다. 유류세 인하로 시중 주유소 기름값은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서민 주머니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름값만이 아니다. 디지털 가전과 통신 분야 핵심인 반도체, 태양광 패널 등의 주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면서 웨이퍼 및 태양광 패널 가격도 치솟았다는 얘기가 본지를 통해 소개됐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8% 상승했다. 이 가운데 원유, 석탄 등 원자재 수입 물가는 68% 급등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수입물가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아직 지표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최근 국제 동향을 보면 지난달과 이달도 오름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 등에 따르면 원유의 경우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의 하나인 미국이 11주 연속 수입량이 수출량을 웃돌았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내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때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주축이던 셰일가스 사업이 대부분 중단됐고, 해상석유가동장치 가동률도 30%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된 많은 원자재 프로젝트가 가동을 멈춰 이들이 다시 활기를 띠려면 인력과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시일이 소요된다. 여기에 중동 산유국들도 부족한 시장 물량을 무기 삼아 가격 오름세에 기름을 붓고 있는 실정이다.
기름, 폴리실리콘 등 원자재를 수입·제조해서 움직이는 우리나라 제조기업과 서민으로선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은 코로나19로 멈춰 선 세계 경제가 '위드 코로나'와 함께 수요가 급증해진 것과 연관이 깊다. 여기에 세계 무역질서가 수급 불균형 상태인 원자재를 중심으로 가격이 꿈틀대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듯 '단계적 일상회복'도 좋고 '위드 코로나'도 좋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국내적으로는 시장 물가 관리이고 대외적으로는 혼란한 세계 무역 질서에서 원자재 국가인 중국 및 미국·중동 등과의 실질적인 외교적 노력이다.